'화폐 위주 경제학'통념 뒤집기 … 세계 부채위기 진단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부글)은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인류역사 5천년 동안 부채가 어떤 의미였으며, 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전 세계에 걸쳐 부채와 부채탕감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 전부터 정치적 논쟁의 핵심을 이뤄왔으며 자주 반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대의 법률과 종교의 언어들이 부채에 관한 고대의 논쟁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의 기본 사상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외에 국가와 시장의 관계, 중세 중국 불교에 나타난 투자자본의 기원, 이슬람의 호소력, 인간경제와 상업경제의 차이, 중국과 이슬람의 강점, 이슬람 상인과 기독교 상인의 다른 점 등을 논의한다.

모든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번거롭고 복잡한 물물교환을 대체하기 위해 돈이 발명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의 역사를 뒷받침할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예일대 교수를 거쳐 현재 런던대 골드스미스에서 재직하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경제학의 통념들을 완전히 뒤집는다.

최초의 농업제국들이 탄생한 이후로 인간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데 정교한 신용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주화나 현금이 발명되기 오래 전에 신용이 인간사회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미 그때부터 인간사회는 채무자와 채권자로 나뉘었다. 달리 표현하면 경제의 역사는 부채의 역사였다는 말이다.

인류 초기의 부채는 늘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일대일 교환으로 여겨지면서 급기야는 부채가 인간 사회를 파괴할 위협이 돼 버렸다. 그 과정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차분하게 분석한다. 어쩌면 여기에 현재의 부채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을지 모른다.

지은이는 우리가 부채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그 힘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부채위기가 반복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부채는 우리 경제의 피다. 모든 국가들은 적자지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채가 세계정치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도 부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니면 부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부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과 부채라는 개념 자체의 유연성에 부채의 파워가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전 세계에 걸쳐 부채와 부채 탕감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 전부터 정치적 논쟁의 핵심을 이뤄왔으며 자주 반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대의 법률과 종교의 언어들이 부채에 관한 고대의 논쟁에서 비롯됐으며 우리의 기본 사상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사실도 모르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부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해결책이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00쪽, 2만 5천 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