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법정근로시간 단축(주5일 근무제) 요구에 대해 사용자측이 실제 일하는 시간(실근로 시간)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휴일·휴가 보장」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방안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더 「악의적인 맞불작전」이라며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만 실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휴일·휴가 보장 및 수당 할증률 조정= 경총의 논리는 「보장된 휴일.휴가만 제대로 써도 현행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노동계가 요구하는 40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 김영배 상무는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에서 탈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을 당장 줄이는 것보다 근로자들이 휴일.휴가를 반납하지 않고 이를 「소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제조업 분야 50시간, 전산 분야 48시간 등인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것 부터 풀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휴일.휴가 소진과 운영제도 개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임금할증율 조정 등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사 양측이 휴일·휴가를 제대로 실시토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연장·휴일근로에 따른 수당 산정시 통상 임금의 50%를 더 주도록 하고 있는 할증율을 폐지 또는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실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지만 외국의 예처럼 실근로 시간이 법정근로시간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 여전히 「시기상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계 반응=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같은 방안이 종전 「절대불가론」이나 「시기상조론」 보다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악의적인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즉 「잔업」이 근로자가 휴일·휴가나 법정근로시간을 「반납하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 회사의 요구와 저임금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일·휴가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없이 연장근로 수당을 깎을 경우 회사가 연장근로에 대한 유혹을 더 느낄 것이라는 논리다.

 연장 노동은 근로자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요구로 하는 것이고 휴일·휴가도 회사가 원치 않는 경우 제대로 쓸 수 있겠느냐는 것.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오히려 할증율을 대폭 높이는 것이 휴일·휴가근무나 연장노동을 줄이는 동시에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의 법정근로시간(44시간)은 세계 평균 수준으로 결코 장시간이 아니며 또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없다는 경총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89년 법정근로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었을 때 88~91년 평균 실노동시간이 전산업에 걸쳐 3.2시간 단축돼 1시간 미만으로 줄었던 다른 기간에 비해훨씬 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또 우리나라의 취업자 기준 실노동시간은 연간 2천6백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체코의 2천60시간 뿐 아니라 서유럽의 1천5백~1천6백 시간에 비해 과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한국노총 이정식국장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휴일·휴가 보장과 할증율 폐지를 통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법정근로시간 단축문제를 지연시키려는 맞불작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에 따라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보고 오는 31일과 내달 1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혀 산업.경제계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