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에무라 나오미 

혹한이 연일 찾아왔다.

도심 속 옥탑방에서 홀로 겨울을 맞는 본 기자는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잔뜩 웅크린 채 스무살 중반 무렵에 사 입은 오리털 잠바에 몸을 감싸고 긴 겨울밤과 새벽녘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추위 속에서 몸을 씻고 밥을 해먹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누구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쌀을 씻으면서 늘 투덜댄다.

그런데 전설적인 탐험가이자 등반가인 일본의 우에무라 나오미의 북극권 탐험기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와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 등정기 및 아마존 강 뗏목 탐사기인 <내 청춘 산에 걸고>를 읽으면서 본 기자의 겨울살이가 마치 장난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괜스레 앓는 소리를 하는구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영하 50도가 넘는 북극의 혹한과 초속 20m가 넘는 블리자드(강풍), 굶주린 맹수(백곰)의 위협, 굶주림을 오로지 홀로 극복하며 북극권을 탐험한 위대한 탐험가의 모험기록을 보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자,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이다.

이 책은 우에무라 나오미가 1974년 12월20일 북극 횡단을 시작해 1976년 5월8일 1만 2천㎞를 개썰매에 의지한 채 주파한 일기형식의 탐험기록이다.

먼저 전설의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다.

우에무라 나오미는 일본 메이지 대학 산악부 출신으로 에베레스트, 몽블랑, 킬리만자로 등 세계 5대륙 최고봉을 등정했다.

1968년에는 남미 아마존의 원류로부터 하구까지 6천㎞를 뗏목으로 탐험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1976년에는 북극권 1만 2천㎞를 단독으로 탐험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북극점에 단독으로 도달했다.

그러나 1984년 2월12일 북미의 맥킨리 단독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에 실종됐다.

본 기자는 북극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북극을 다녀온 사람과 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사실 북극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북극에서 터를 잡고 혹한과 척박함에 적응하며 살아온 에스키모인들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북극권 횡단에 한 사나이가 도전을 한다.

우에무라 나오미는 북극 탐험에 앞서 그린란드에서 에스키모들로부터 사냥과 개썰매 다루는 법 등을 배우며 북극 탐험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로지 허스키 종 개들이 끄는 썰매에 의탁한 채 어떤 위험이 닥칠줄 모르는 모험길에 나선다.

1년 반에 걸친 대탐험에서 그는 캐리부룩(북극 사슴 일종)과 해표를 직접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아 식량과 개의 먹이로 삼으며 전진해나간다.

물론 식량은 거의 모두 날고기다.

사나운 북극곰의 습격에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하고, 얼음이 깨져 바닷물 속에 빠지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죽음에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북극권 단독 횡단에 성공한다.

우에무라 나오미의 북극권 탐험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웅대한 꿈과 불굴의 투지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

자칫 목적지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 굶어죽거나 얼어죽는 고비가 매일 반복된다.

즉 하루하루가 처절한 사투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모험기라기보다는 대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위대함이 맞부딪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본 기자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도전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그가 전인미답의 도전에 성공해서가 아니다.

그가 겪는 등반과 탐험에는 인간의 뜨거운 땀냄새와 인간애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북극권 탐험은 그가 여로에서 만난 수 많은 에스키모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에무라의 이 책은 저자와 에스키모 원주민들의 우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눈사람처럼 꽁꽁 얼어붙어 죽음의 문턱에 놓일 때마다 그를 일으켜세워 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꼭 읽어보시길.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