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식량 발생서 문화 탄생까지
지리적 여건으로 본 도시 발달사


 

   
 

<지리학자가 쓴 도시의 역사>(남영우·푸른길)는 인류 문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품고 동양과 서양, 중세와 고대를 오가는 한 지리학자의 도시 탐방기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라고 말한 카우퍼(J.M.Cowper)의 말처럼, 인간이 도시를 만든 것은 신이 인간을 만든 행위와 비교될 만큼 인류에게 있어 획기적인 일이었다.

문명은 도시를 만드는 것과 함께 시작되었고, 그 후 사람들이 만들어 온 모든 문화가 도시에 담겨 있다.

도시는 인류 문명의 시초이자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문명사는 인류문명사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역사' 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닌 지리학자이다.

도시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인과관계에는 지리학의 시각으로 알 수 있는 몇몇 중요한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대강 유역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문명이 탄생하고 그것이 멸망하거나 통합되면서 지금의 도시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도시라고 부를만한 집단이 제일 처음 나타날 때는 항상 잉여 식량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존재했다.

먹을 것이 넉넉해지자 사람들은 식량을 생산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기 시작했고, 생활의 반경을 넓히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집단과의 교류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하나의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잉여 식량의 발생에는 농사짓기에 적합한 땅과 기후, 농작물이 주식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그 식물이 기후에 알맞게 개종되는 과정이 있고 이는 모두 지리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 문명이 멸망하여 그들이 살던 곳이 허물어진다고 해도 쌓여 온 관습은 쉽게 없어지지 않은 채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것이 하나의 역사가 시간을 관통하며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유태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만든 그들의 거주지구인 게토, 지금도 전 세계에 산재하는 이 게토라는 지역의 근원이 중세 베네치아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베네치아에서는 유태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따로 지역을 만들어 강제이주 시켰고, 지금도 유태인을 포함한 이방인을 격리하는 형태로 전 세계에는 수많은 게토가 존재한다.

이 책은 지리학자의 시각으로 도시와 인류의 역사를 파헤친 책으로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도시란 무엇인가?' 라는 거대한 질문의 해답에 가까워 질 수 있게 한다.

368쪽, 2만 5천 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