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트 보네거트 

새해다.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아쉬운 2011년을 보냈겠지만 애처롭게 홀로 거처하고 있는 본 기자는 미국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장편소설 두 권을 읽으며 한해를 보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와 <제5도살장>이란 소설이다.

이번 주에는 이 중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를 소개할까 한다.

먼저 커트 보네거트가 누군지에 대해 그의 프로필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커트 보네거트는 1922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풍자와 날카로운 비판정신으로 가득한 블랙유머라 할 수 있는데, 혹자들은 그런 이유로 그를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작품 경향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그 유명한 벌지전투 때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는 독일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있었는데 그때 연합군 폭격에 의한 드레스덴의 파멸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때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하면서 20세기 최고의 반전소설이랄 수 있는 <제5도살장>(아쉽지만 이 소설은 다음 주에 소개할까 한다)을 발표한다.

100여 편의 단편과 <갈라파고스>, <타임 퀘이크> 등의 장편소설을 남기고 84세로 생을 마쳤다.

자, 이제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를 소개하겠다.

이 소설은 풍자와 유머가 난무하면서도 돈이 곧 권력인 시대의 인간소외, 노동소외, 인간본성, 빈부문제 등을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주인공은 술주정뱅이 백만장자 로즈워터다.

그는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최상위층에 속한 사람이다.

그는 부모 잘 만난 덕에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부르주아다.

그런데 이 사람, 갑자기 미쳤는지 어느 날인가는 쇠락한 도시로 내려가 '더 이상 자신을 보살필 능력조차 없는 버림받는 미국인'을 돌보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의 재산을 관리하던 무샤리라는 사악한 변호사는 그가 미쳤기 때문에 로즈워터 가(家)의 재산 상속인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그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음모를 꾸민다.

참, 백만장자께서 자신의 돈줄의 근간이 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다니 참 이상하긴 하다.

미치지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작가는 이런 아이러니를 통해 자본과 계급의 불평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진정한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의식을 지니고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계층을 도우려는 로즈워터씨가 미치광이로 취급받고 대우받는 것을 통해 자본주의의 천박한 현실을 비판한다.

어쨌든 로즈워터씨의 재산을 빼앗아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음모를 꾸미는 자들과 로즈워터씨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이 흥미진진한 모험과 대결의 결말은 기막힌 반전으로 귀결된다.

즉, 본 기자 여기서는 결말을 알려줄 수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직접 책을 읽으시라는 말씀이다.

참, 부자들은 모두 자기가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한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본 기자와 같은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들은 능력이 없고 게을러서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걸까?

그 판단은 우리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다만 작가는 로즈워터씨 가문으로 상징되는 미국 자본주의가 어떻게 부를 축적해왔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보시기를.

작가는 로즈워터씨의 증조부는 돼지농장과 무기제조에서 시작해 부패한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각종 경영 지배권을 매입하고, 금융 거래 쪽으로 손을 뻗으면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주인공 로즈워터는 "한 줌밖에 안 되는 탐욕스런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관리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거머쥐고 관리하게 되었다오. 이렇게 해서 야만적이고 어리석고 완전히 부적절하고 불필요하고 유머 없는 미국 계급제도가 창출되었소.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평화적인 시민들은 최저임금만 요구해도 즉시 흡혈귀로 분류되곤 했소. 그 이후로 칭찬은 언제나 엉성한 법망을 피해 범죄를 저지르고 막대한 돈을 챙기는 방법을 고안하는 자들의 몫이 되었소"라고 일갈한다.

독자들, 이 말에 공감하시는가? 아니라구!

이런, 그렇다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일류대 나오고 해외유학도 다녀오시라.

참, 부자 부모를 만나는 건 필수다.

이상 서평 끝.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