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성매매에서 환경 문제까지 진단 … 논리적 사고력 도움


 

   
 

1994년도에 출간된 <한국사회 이야기주머니>(유승호·도서출판 가쎄)가 재출간됐다. 지금까지도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고 교양필독도서 목록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 책이 지닌 매력은 무얼까?

약간의 개정증보 과정을 거쳤지만 이 책의 내용 가운데 대부분은 1990년대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글들로 이뤄져있다. 그런데도 마치 2011년의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것처럼 여전히 생생하게 읽힌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입시경쟁에 있다. 일선 교사들이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해도 치열한 입시경쟁이 그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육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제 작은 개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틀과 교육제도 자체의 틀을 바꾸는 혁명적 방법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듯하다."

한국사회를 분석하기 위한 논거로 저자는 중세철학에서 동양사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혼과 청소년 탈선, 성매매춘에서 환경보호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구석구석을 진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환경문제와 관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관한 글은 마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최근 기사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재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전 유럽은 핵위기와 환경위기라는 죽음의 공포에 대항하는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관료제에 대한 회의가 급속히 확대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이유를 소련의 관료제가 사고를 막을 만한 효율적인 체제가 되지 못한 데서 찾았기 때문이다. 사고 예방에서는 각 부서의 조직이 서로에게 떠미는 식이었고, 사고 초기에도 사고수습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지 못해 상부의 명령을 기다렸던 비효율성이 사고를 더욱 확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관료제에 일대 타격을 가한다."

<한국사회 이야기주머니>는 대입 논술시험에 대비하는 고등학생은 물론, 사회를 분석적으로 비판하고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한 대학생들에게 좋은 필독서다. 232쪽, 1만2천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