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탁 

얼마 전에 최용탁의 <즐거운 읍내>(도서출판 삶이보이는창)라는 장편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우리 현대문학에서 대표적인 농촌소설로는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꼽을 수 있다. 최용탁의 <즐거운 읍내>는 <관촌수필>과 일맥상통하면서도 도시화의 병폐에 물든 농촌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이야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지만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 대도시 인근 농촌지역의 땅값도 들썩들썩 한 적이 있었다. 땅값이 바람난 여인 치맛자락처럼 들썩거리니 평생 흙만 파먹고 살던 농민들 중 일부는 졸부가 되기도 했다. 최용탁의 <즐거운 읍내>는 바로 부동산 광풍과 개발 바람에 농촌의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 최용탁을 잠시 소개하자면, 그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미궁의 눈>이 있고 동화집 <이상한 동화>가 있다. 지금은 고향 충주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즐거운 읍내>는 오늘날의 피폐화된 농촌을 사실주의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긴 한데, 그 접근 방식이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졸부가 된 농민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농촌소설과는 다르다. 세태풍자 소설 형식의 이 소설은 채만식의 <태평천하>와 여러모로 닮은꼴의 작품이기도 하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졸지에 벼락부자가 된 조백술 노인을 중심으로 그 일가붙이들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삶, 즉 재산을 둘러싸고 아옹다옹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땅만 파먹을 줄 알았던 조백술이 어느 날 벼락부자가 되었으니 조백술 노인(우연찮게도 본 기자와 같은 성이다)은 딴 생각을 품게 된다. 우선 일부일처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봉선댁이라는 기구한 삶을 살아온 여인을 첩으로 들인다. 봉선댁과의 사이에는 정아라는 딸까지 두게 된다.

조백술 노인의 본처 자식 중에는 큰 아들 원오, 둘째 아들 창오, 딸 은희가 있고 은희의 남편인 박주오를 사위로 두고 있다. 조백술 노인이 자식들에게 고루 재산을 물려줘서 아들과 딸, 사위까지 농사와는 전혀 인연이 없이 무위도식하며 산다. 그런데 눈먼 돈을 재산으로 물려받은 자식들이 무위도식만 하면 별 탈이 없을 텐데 이들은 꼭 사고를 치고 만다.

특히 둘째 아들 창오는 아버지 조백술 노인이 물려준 재산으로 되지도 않는 사업을 벌이다가 여러 번 들어먹고 빈털터리가 된다. 그러니 부친의 남은 재산을 물려받으려고 더욱 혈안이 돼 있다. 딸 은희와 사위 박주오, 그리고 큰 아들 원오도 재산을 더 물려받으려고 아옹다옹한다.

작가 최용탁은 <즐거운 읍내>에서 이미 볼 장 다 본 우리네 농촌이 어떻게 타락해가며, 그곳에 몸담아 살던 농민들이 어떻게 장렬한(?) 최후를 맞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최용탁의 풍자와 입심은 이 소설에서 빛을 발한다. 팔십을 앞둔 조백술 노인과 봉선댁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선 침이 꼴깍 넘어가도록 질펀한 묘사를 보여준다. 농촌 읍내에 치고 들어온 카페, 스크린골프장, 룸살롱, 노래방에 모여드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도 그 질펀한 묘사력은 빛을 발한다.

최용택의 펜끝으로 그려지는 농촌은 더 이상 농촌이 아니라 음흉스러운 도시를 빼다 닮았다. 농촌이라는 순수함, 순박함이 상실된 채 오직 돈과 쾌락만을 좇는 인물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파노라마는 결코 허구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다. 본 기자도 한때 김포평야 변두리에서 산 적이 있었다. 당시 본 기자가 목격했던 도시화 되어가는 농촌의 모습이란 바로 최용탁의 <즐거운 읍내>에서 보여준 바 그대로다. 농사꾼 김씨는 회장님 대접을 받으며 시내 다방에 죽치고 앉아 다방 레지들과 농지거리를 주고받았다.

멀쩡하게 배추밭을 일구던 사람은 그 땅을 팔아먹고 아파트 단지 앞에 갈빗집을 차리기도 했다. 본 기자 그 사람의 갈빗집에서 둘째 녀석 백일잔치를 했었는데 얼마 후 갈빗집은 문을 닫았다.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이 갈빗집을 제대로 운영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날 개발광풍은 농촌을 파괴하고 피폐화시킨다. 개발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즐거운 읍내>를 통해 확인해 보시라. 재밌고 질펀하다.

/조혁신기자 chohs@i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