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별 정산제 유명무실화 … 표준약관 10홀 이상'환불 언급없어'시비 초래
   
▲ 최근 일조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기온과 코스 컨디션을 적용한 탄력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골퍼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청명한 가을날씨에 골퍼들이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리지CC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그린피 '홀별 정산제' 적용이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홀별 정산제는 기상 악화 또는 일몰로 인해 라운드를 모두 끝내지 못했을 경우 이용료를 플레이 한 홀의 수만큼만 계산해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 준용되고 있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의 일괄적 성격의 규정보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이미 실시 중인 영종도의 스카이72, 안양베네스트, 파주 서원밸리, 순천 파인힐스 등 외에도 많은 골프장들이 채택하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2년 3월에 제정한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제8조(요금의 환불)는 기상 악천후 시 1홀을 마치지 못했을 때는 그린피 면제, 2~9홀까지 50%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기준이 세밀하지 않은 데다 10홀 이상은 언급이 없어 시비가 자주 일어났다.

얼마 전 인천국제CC(대표이사 강형식)를 찾은 김모(43·자영업)씨는 언짢은 경험을 했다. 김씨는 D골프동문회 회원으로 이날도 동문회 참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D골프동문회는 십여년전부터 국제CC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월례회를 갖는 팀이다.이날 D동문회가 예약한 팀은 총 5팀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1번홀 티박스에 오른 시간은 예약시간보다 15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평소 18홀 플레이를 할 경우 4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되지만 국제CC의 경우 카트를 사용하지않아 5시간이 훨씬 넘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이날도 매 홀 마다 많은 내장객들이 밀려있어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었고 5팀의 동문회 팀 중 김씨를 포함한 2팀은 결국 16번 홀에서 플레이를 마쳐야 했지만 그린피 17만원과 캐디피 7만원 등 총 24만원을 결제했기 때문이다.

반면 홀별 정산제는 이용료를 18등분한 금액에 플레이 한 홀의 수를 곱한 액수만 부과한다. 위 사례 김씨의 경우 골프장측의 무리한 예약배정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못했음에도 결재는 정상적으로 모두 마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2만원의 그린피와 캐디피를 손해 본 셈이다.

대다수 골퍼들은 합리적인 그린피 적용을 위해 홀별 정산제를 선호하고 있다. 골프장측도 사소한 시비에 따른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절충점을 찾고 있다. 한 골프장 대표는 "서너 홀만 치겠다고 미리부터 작정하고 먼 길을 나서는 골퍼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약관의 비실효성을 꼬집었다. 표준약관이 사업자 위주로 제정됐고 골퍼들의 의식도 제정 당시에 비해 크게 달라진 만큼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손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의적인 라운드 중단이나 이와 관련한 시비를 예방할 최소한의 규정을 두는 방안도 떠오른다. 군산CC는 2홀 이상부터 평일 1만원, 주말·공휴일 1만5천원의 기본요금을 책정해 운영 중이다. 플레이가 불가능한 비나 눈, 바람, 안개 등의 정도는 공식 골프대회 경기운영 기준을 준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에는 '레인 체크(Rain Check)'라는 제도가 있다. 악천후 또는 일몰로 라운드를 모두 끝내지 못하면 남은 홀 수만큼 나중에 입장했을 때 추가로 라운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9홀 정산 때는 대부분 골프장들이 캐디피와 카트료 역시 절반만 받고 있다.

겨울철 기온과 코스 컨디션에 따라 탄력 요금제를 실시하는 등 합리적인 그린피 부과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박정순기자 onegolf@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