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살아가는 또다은 이웃'무슬림'
   
▲ 피라스 알코파히씨와 마무드 수크카니(이상 왼쪽 두번째, 첫번째)씨, 마호메드 마하무드씨와 그의 아들 무스타프(이상 오른쪽 두번째, 첫번째)군이 오랫만에 만나 고향의 향수를 나누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지난 20일 동인천역 앞 이슬람 전통 음식 전문점 '아라베스크'. 마무드 수크카니(40)씨와 마호메드 마하무드(54)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게 정말 얼마만이야. 너무 보고 싶었어."

가게 주인 피라스 알코파히(42)씨는 그들을 감싸 안으며 환영했다.

요르단 출신인 이들은 인천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이다. 라마단 기간(이슬람력으로 9월 한 달 간 해가 떠있는 시간 동안 금식)이 끝난 후 처음 만난 자리였다.

낯선 땅에서의 삶이지만 이들은 한국말을 쓰고 어느덧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특히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인천이 너무 좋다고 이들은 말했다.

"너무 행복해요. 인천 사람들 모두 너무 잘해줘요.이젠 우리도 인천사람이에요. 형제지요, 형제"

마무드씨는 양팔을 벌려 웃으며 말했다. 인천이 너무 좋다는 이들. 무슬림으로 인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제 2의 고향 인천

피라스씨와 마무드씨는 지난 1998년 한국에 들어왔다.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던 이들에게 당시 한국을 덮친 IMF 외환위기는 기회였다. 1달러에 1천 원 선이던 환율은 2천 원 선까지 치솟았다. 2천 만 원짜리 중고차를 1천 만 원에 살 수 있던 시기였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항만을 끼고 있는 인천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그 친절함은 이들을 인천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피라스씨는 한국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반려자로 맞았다. 처가집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들의 사랑 앞에 어른들은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딸도 낳았다. 이름은 사하라, 7살이다.

"이거 봐요. 귀엽죠. 전 출근하면 곧바로 일이 끝나길 바라요. 얼른 돌아가 사하라를 보기 위해서죠." 피라스씨는 핸드폰으로 찍은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웃었다. 영락없는 '딸바보'다. 사하라는 피라스씨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다.

피라스씨는 지난 2003년 직종을 바꿨다. 이슬람 전통 음식점 아라베스크가 그의 현재 작업장이다. 직업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인천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음식이었어요. 우리 무슬림들은 고기를 썰기 전에 우선 알라신께 기도를 올려야 해요. 기도를 올리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 없어요. 당연히 음식점에서는 고기를 먹을 수 없죠.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고향 사람들을 위한 음식점을 열고 싶었어요." 피라스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뜻대로 아라베스크에는 많은 무슬림들이 모인다. 인터뷰를 하는 날도 밀려드는 손님으로 인터뷰가 번번이 지연될 정도였다. 인천 지역 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무슬림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기자는 놀라웠다.

마무드씨는 여전히 한국에서 중고차 수출업을 하고 있다. 사무실은 북항 쪽에 자리 잡고 있다. 직원도 8명이나 있다. 6명은 무슬림이고 2명은 한국인이다. 다문화 사업장인 셈이다. 그는 빠른 출퇴근을 위해 얼마 전 청라지구로 보금자리도 옮겼다. 이번달 중으로 한국인이 되기 위한 귀화시험도 볼 생각이다. 가족들도 인천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제가 딸만 5명이에요. 얼마 전에는 롯데월드에 다녀왔어요. 같이 사진도 찍고, 딸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전 인천이 그리고 한국이 좋습니다." 마무드씨는 웃으며 말했다.


● 이슬람에 대한 편견은 싫어

인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들. 그러나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이다. 테러, 민주주의의 적, 인권유린의 현장, 사막 황무지.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의 미디어와 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국내의 대중매체, 이들에 의해 형성된 삐뚤어진 시선은 이들을 아프게 한다. 대중매체에 비춰지는 것과 이슬람문화권의 실상은 다르다고 이들은 얘기한다.

"이슬람 하면 모두 다 테러를 이야기해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에요. 이슬람 사람들은 알라신을 믿어요. 이슬람은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인류 보편애가 바탕이에요.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무슬림이 아니에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요. 서로 사랑하고 사는 게 우리들의 교리입니다." 피라스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맞아요. 여성에게 히잡을 씌우는 게 인권유린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이건 종교에 의한 것일 뿐이에요. 수녀님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바치는 뜻에서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싸잖아요. 같은 겁니다. 그런데 유독 무슬림에 대해서만 잔인하게 평가하고 있어요. 이슬람 여성들도 꿈을 위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마무드씨는 말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그들은 이야기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게 일부다처제문화다. 실제로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흔히 얘기하는 남성우월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과거 전쟁이 많았던 시절 남성들은 전장으로 끌려 나갔고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다처제가 시행됐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일부다처제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이슬람에서도 부인을 여러 명 두려면 돈이 많아야 돼요. 각 부인에게 똑같은 집에 똑같은 가구, 똑같은 가전제품을 줘야하거든요. 부인이 두 명 있으려면 집이 두 채 있어야 된다고 보시면 되요. 제 일족이 3천 명인데 이중에서 부인이 두 명인 사람은 우리 사촌형님 한 분 뿐입니다. 오히려 이슬람 지역에서는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면 법적으로 큰 벌을 받습니다." 마무드씨는 웃으며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곳, 그곳이 바로 이슬람문화권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


■ 이슬람 문화권 교육시설 '전무'

피라스씨와 마무드씨가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자녀교육문제다. 피라스씨의 딸 사하라양은 인천시 남구 문학동에 있는 캐나다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 학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보냈다. 그런데 영어권 학교다 보니 사하라 양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미국에서 왔냐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학교에 보내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따돌림을 당할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매일 물어요. '난 한국인인데 보는 사람마다 영어로 외국인이냐고 물어 아빠'하고요. 가슴이 아프죠." 피라스씨는 말했다.

마무드씨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5명의 딸들을 마땅히 보낼 학교가 없다. 영어권 중심의 국제학교만 늘어날 뿐 이슬람 문화권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없기 때문이다.

마무드씨의 딸들은 고향인 요르단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방학 기간 중에만 아빠와 함께 인천에 있다. 이들은 이슬람 문화권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실제로 인천지역에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이 상당수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주민만 2천 100명으로 중국, 필리핀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그들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전무한 것이다. 이슬람 아이들을 위한 대책 혹은, 국제학교건립을 위한 여론이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아이들이 인천시민,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차별 없고 구김 없이 자라나길 바라요." 마무드씨는 말했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