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상실 씨
   
 


우면산의 산사태가 발생한 순간, 집이 흙 속에 묻히고 도로를 달리던 차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산은 18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이번 산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재(人災)인지 천재(天災)인지를 가리기 위한 책임공방이란다. 진실은 이미 자연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데 법정에 서면 모범답안이 나오는 걸까. 산사태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거대사안을 법관에게 맡긴다? 우면산에게 물어보라. 인간이 낸 도로를 점령하여 자동차를 쓸어버리고, 귀중한 목숨들을 거두어 간 그 이유를 우면산에게 물어보라. 우면산이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고통의 눈물이었다고, 슬픔의 눈물이었다고. 나의 살을 깎아내어 도로를 만들고, 집을 짓고, 생태공원과 산책길을 만들어 영혼을 짓밟고, 유흥과 광란으로 향하는 인간의 죄에 대한 앙갚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