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민중시인 네루다와 시를 통해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다뤄

-영화 <일 포스티노> 원작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독자 여러분, 제가 소개해 드린 책을 잘 읽고 계신지 무척 궁금합니다. 돈이 없어서 책을 못 봤다는 독자들이 계시면 언제든지 제게 연락 주십시오. 책 한 권 정도는 사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기자가 무슨 돈이 있어?" 하는 독자분이 계신 모양인데, 본 기자 월급봉투 꽤나 두둑합니다. 생활비, 교육비, 각종 공과금을 지불하고도 돈이 펑펑 남아돌거든요.

사실 이번 주에는 본 기자, 글을 쓸 형편이 아닙니다. 건강이 좋지 못해서요. 그래서 한 주 쉬려고 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몇몇 열혈독자분들께서 신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겠다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본 기자 기자정신 정말 숭고하지 않습니까?).

이번 주에는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니, '책과 사람'에 무슨 영화냐고 반문하실 텐데요. 이 영화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또 칠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등장인물로 나오죠. 그러니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책과 네루다의 시를 간접적으로 소개하겠다는 얘깁니다.

<일 포스티노>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공간 배경은 이탈리아의 외딴 섬. 어부의 아들이지만 어부가 되기 싫어하는 청년백수 마리오 루폴로는 칠레 민중시인 네루다가 섬으로 망명을 오자 그의 전용 우편배달부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마리오는 비정규직입니다. 마리오 정말 불쌍한 노동자지요?

마리오는 네루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시와 은유의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마리오는 마을 처녀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네루다의 도움을 받아 시와 은유를 사용합니다. 베아트리체 정말 굉장한 미녀인데요, 시에 홀딱 반해 마리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까지 덜컥 합니다. 그런데 네루다는 고향 칠레로 돌아가고 마리오는 직업을 잃게 됩니다. 네루다는 마리오와 섬사람들을 까맣게 잊었고 편지 한통 보내지 않습니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보내주기 위해 섬의 아름다운 소리를 녹음합니다. 즉 영상의 시가 완성되는 거죠.

마리오는 시를 알게 된 겁니다. 그는 시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시위대열에 앞장서게 됩니다.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시 한편을 들고 군중 앞에서 낭독을 하러 나섭니다. 그러나 경찰들의 진압작전으로(아마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리오는 흩어지는 군중에게 깔려 목숨을 잃고 말죠. 낭송되지 못한 시가 적혀 있는 종잇조각은 허공에 떠돌게 되고요. 몇 년 후 섬을 다시 찾은 파블로 네루다는 마리오가 녹음한 섬의 소리를 듣고 마리오를 추억하게 되죠.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나를 찾아왔어/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밤의 가지에서/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그건 건드리더군"

네루다의 '시'라는 시가 흐르면서 이 영화는 대단원에 막을 내립니다. 기자가 독자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건 하찮게 보이는 청년백수, 비정규직 노동자 마리오라는 사내도 사랑을 느낄 줄 알고 세상을 그리워하며, 부조리한 세상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겁니다. 그건 바로 시가 갖는 아니, 문학이 갖는 위대한 힘이지요. 본 기자는 친애하는 벗이 비디오테이프를 줘서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네루다의 시도 읽게 되었고 원작 소설도 읽었지요. 어쨌든 별 열개짜리니 꼭 보도록 하십시오.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