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고 새로운 도약 준비
   
 


1908년 개교, 지난해까지 배출한 졸업생만 28만654명, 전국에서 2번째로 개교 100년을 맞은 여자공립고. 인천여고의 역사다. 1908년 4월 6일 중구 전동(동인천)에서 인천공립실과여학교로 출발해 인천 여성교육의 전당 역할을 해 온 인천여고는 1998년 현재의 연수구로 옮겨왔다. 그리고 올해 인천시와 인천교육청이 함께 추진한 '10대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인천여고는 2011년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공교육 혁신사례를 추구하는 지역사회리더형 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인천여고 전경. /사진제공=인천여고




▲ 다양하고 집중화된 수업

올해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선정된 인천여고는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면서도 집중화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과목을 2시간 연이어 강의하는 '블록타임제' 적극 활용은 수업 효율을 극대화 하고 있다. 특히 논리력과 창의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토론수업에선 학생들이 교사를 놀라게 할 만큼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1학년의 경우 사회·문화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 일주일 간 각자 공부한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을 펼친다. 이영숙 교장은 "동물 생명윤리와 리비아 사태를 주제로 한 토론들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카다피 친위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에 연합군을 파견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주장을 펴내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국제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2학년 역시 문학, 경제, 수학1, 화학1 등의 교과목을 블록타임제로 운영하며 그 날 수업 주제에 대한 연계성을 살리고 보다 심도 있는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시간은 음악 블록타임이다. 인천여고에선 전교생이 모두 기타를 배운다. 사회적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음악이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예체능고가 아닌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전교생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것은 인천여고가 처음이다.
3월부터 시작한 방과 후 학습도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에 맞춰 수업이 편성됐다.
1학년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대학생 5명이 과외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습 코칭제'를, 2학년은 선생님들이 직접 도움을 주는 '올리고 스터디'를 운영 중이다.
3학년은 대입을 대비한 논술 심화반이 수업 중이고 방학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듣는 '선택형 보충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인천여고는 음악과목 블록타임제를 활용해 전교생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 학생, 학부모의 자율적 참여

인천여고엔 일선 교사들 말고 또 다른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은 내 짝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반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학력향상 모둠'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학생 3~6명이 모여 공부하는 모둠제는 현재 183개가 운영되고 있다. 참여 학생 수는 837명이나 된다. 전체 학생의 절반 가량이다. 이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 스스로 공부한다. 단 매월 4회 이상 학급 홈페이지에 활동 자료를 올리거나 지도교사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이 교장은 "한번은 아침에 모여 앉아있던 아이들이 그날 오후에도 여전히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며 "아이들의 그런 열정을 북돋아 주기 위해 3월과 6월, 11월 1년에 3차례 전국단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피자를 주는 등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23개의 교과동아리 중 인문·사회 동아리 '역지사지'는 과제 연구보고서까지 발간했다.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정해 서론과 본론, 결론을 갖춘 논문형식으로 제출한 보고서는 경제, 교육, 지리,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됐다. 올해에도 인문분야 21명, 자연분야 33명이 보고서 제출을 신청했다.
인천여고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 이 같은 노력은 이번 학력향상 선도학교 선정을 위한 신청서 제출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보통 학교의 경우 교무기획부가 보고서 제작의 임무를 맡았지만 인천여고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 이뤄진 별도의 팀을 만들고 사업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욕구를 반영했다. 그 결과 전교생 기타연주나 선택형 방학보충 수업 등이 탄생했다.

 

   
▲ 인천여고는 학생들 특성에 맞게 수학과 영어 과목을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 지역을 선도하는 명문학교

인천여고는 지난 2008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여자공립고 중엔 전국에서 서울 경기여고 다음으로 2번째다. 그러나 인천여고는 100년 넘은 역사와 전통만을 내세우는 학교를 거부한다. 지역을 선도할 수 있는 학교가 되겠다는 목표다.
그래서 이학교는 현재 학교에서 개발해 사용 중인 '진학자료프로그램'을 주변 학교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1학년 입학시점부터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관리프로그램이다. 학생 개개인의 성적 뿐 아니라 반·학년에 따라 성적이 어떻게 다른지, 과목도 담당 선생님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상세히 나타나 있다. 이 기록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상담 자료로 활용된다.
인천여고는 또 오는 7월 가천의과학대학에서 진학 박람회를 개최한다. 교내 학생들 뿐 아니라 연수구 지역 수험생들이 다양한 대학 입시 전형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대회다. 이 행사에선 주요 대학의 대입전형과 입학사정관제를 설명하고 전문 진학상담교사의 개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하는 만큼 인천여고 학생들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열심이다. 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하는 청소 같은 단순 봉사가 아니라 교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33개 동아리별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야금이나 댄스 동아리는 복지센터나 노인요양시설에서 공연을 하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에서는 아이들과 1:1로 관계를 맺어 지속적인 봉사를 벌이기도 한다.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 인천여고 댄스동아리가 지난 21일 연수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추구"
이영숙 인천여고 교장

"그저 역사가 오래돼서 명문학교로 불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학교가 진정한 명문학교겠지요."
이영숙 인천여고 교장은 지난 3월 부임했다. 이미 2003년부터 2년간 교감으로 재직했던 그는 7년만에 돌아온 인천여고에서 3가지 목표를 세웠다. 명문학교, 바른인성, 으뜸학력. 그가 내세운 3가지 핵심주제다.
"명문학교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웃학교들에겐 모범사례가 돼야 하지요. 그래서 교육리더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는 100여년의 역사·전통에 공교육 성공모델 창출이 조화될 때 인천의 진정한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천여고는 학생들의 진로와 성적향상에 효과를 보고 있는 진학자료프로그램을 주변 학교에 알릴 계획이다.
이 교장은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다 효과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며 "학생과 학부모 상담에서도 호응이 좋은 만큼 주변 학교들에게 프로그램의 장점을 알리고 함께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 바른 인성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서로를 도우며 공부하는 '학력향상 모둠제'도 이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 기틀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토론을 합니다."
이런 교육방식은 그가 추구하는 으뜸학력의 목표와도 부합된다. 이 교장은 "으뜸학력이란 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상위권 학생을 늘리겠다는 게 아니다. 전체학생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연혁

1908년 4월 6일 인천여자실과학교 개교
1913년 10월 26일 인천공립고등여학교 4년제 인가
1951년 8월 31일 인천여자고등학교 인가,
인천여자중학교와 분리
1970년 3월 1일 상인천여자중학교와 분리
1998년 7월 29일 연수동 신축 교사로 이전
2008년 9월 26일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