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익 인천·황해문화행동대 간사


'오리지널(Original); 진짜인·독창적인'
인천의 오리지널은 무엇인가. 2010년 8월 '인천·황해문화행동대'(이하 행동대)가 던졌던 첫 물음이다. 자장면·짠물·회색·개항·상륙작전 등 '인천'하면 떠오르는 인상들을 파헤쳐 들어가 진짜 인천을 찾아보자. 낯선 이름의 행동대가 품었던 화두다. 행동대는 각 분야 문화인들이 뭉쳐 꾸린 문화콘텐츠 개발조직이다.
지난 여덟 달, 각고 끝에 인천 100년사를 극으로 담아낸 '인천오디세이아'와 인천개항장·강화역사 탐방여행을 만들었다. 탐방코스는 인천관광공사가 전국 단위로 연 관광상품공모전 대상에 올랐다. 그들이 찾고 있는 인천의 진면모는 무엇일까.

 

   
▲ 손상익 간사는 지금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인생의'정점'이라고 했다. 손 간사가 인터뷰 도중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놓고 인천·황해문화행동대가 개발한 여행상품'인천개항장 탐방'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정선식기자ss2chung@itimes.co.kr


▲100년 격동, 그것이 인천

행동대 손상익 간사는 인터뷰 첫 머리부터 발상전환을 곱씹어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인천을 전혀 새롭게 보여주자는 거지요. 사람들이 '자장면·짠물'로 인천을 떠올릴 때 '그게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인천의 개항 이후 100여년 역사에요."
손 간사는 100여년 동안 인천에 닥친 세 번의 격동이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고 했다.
1883년 개항, 1950년 한국전쟁과 인천상륙작전,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이 오늘의 인천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손 간사는 "세 번의 격동은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의 방향을 튼 사건입니다. 다 인천에서 시작됐어요. 그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고통, 역경, 기쁨, 희망이 바로 인천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걸 잘 몰라요. 그걸 제대로 알리려고 일을 시작한 거지요"라고 했다.
타악기와 춤 등을 한 데 엮어 만든 서사극 공연 '인천 오디세이아'의 배경 설명이다.


▲뿌리깊은 주변성 딛고 일어서야

30여년 인천서 살아온 손 간사는 인천이 선 현실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그렇게 훌륭한 인천의 문화적 자원들이 왜 그동안 묻히고 잊혀졌느냐. 저는 그게 인천의 주변성이라고 봐요. 아주 뿌리가 깊지요. 개항과 외세침략, 전쟁, 산업화 등 격랑을 거치면서도 인천이 주인이 못 된 겁니다. 도시 전체가 겉 껍데기도 그렇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견실히 살리고 가꿔야 할 문화적 행위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가 아주 빈약한 상태이지요."
'촌철살인'이었다. 인천의 속살이 드러나는 듯했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라는데 횟집들만 줄을 섰습니다. 문화는 없고 장사만 있어요. 단적인 예에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듯 지금보다 훨씬 더 풍성한 문화가 생겨나야 합니다."
손 간사는 인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지를 고심했다고 했다.
그는 "첫 시작은 대중의 흥미에요. 인천의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관심 갖게 만드는 일이지요. 행동대를 준비하면서 찾아봤더니 기존에 인천을 대상으로 훌륭한 연구들이 많더라고요. 사람들이 모르는 인천만의 이야기를 여행이나 공연예술의 틀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행동대의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 간사는 과거 일본이 인천 중구에 세운 조선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사례로 들었다.
"조선은행 인천지점은 일본이 왜 서양으로부터 속칭 '원숭이'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알게 해주죠. 후기 르네상스식 건축물인데 서울의 조선은행 본점과 서울역, 지금은 없는 조선총독부, 일본 동경역이 다 같은 양식이에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서양근대를 어떻게 흉내내려 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생생한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에 없는 역사적 해석이다. 행동대는 이런 식으로 1883년 인천항 개항 당시 인천의 주요장소 41곳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조촐한 시작 … 큰 계기 만들고 싶어"

손 간사의 다음 주제는 인천 앞바다(황해)와 섬이다.
그는 "어찌보면 인천의 자연이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입니다. 인천 앞바다의 낙조(落照)는 동해의 일출을 뛰어넘는 장관이에요. 하지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인천 앞바다의 갯벌과 섬들을 잇는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다.
인천·황해문화행동대는 지난해 8월 13일 인천 주안의 한 순댓국밥집에서 조촐한 시작을 알렸다.
손 간사는 "그 때만 해도 이름도 특이하고 조직의 성격도 생소해 주변에서 독창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이 과연 가능할지 많이 의아해했지요. 저부터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천을 내건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인천의 문화적 파이가 너무 작아요. 공연과 전시, 투자, 기반시설 등 어느 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게 참 안타깝지요. 행동대가 이 파이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


● 손상익 간사는 …

▲56세, 언론학 박사
▲전직 문화일보 기자
▲대중문화평론가, 서울대·중앙대·인하대 출강
▲대중문화평론·관련이론서 10여권 출간
▲(주)월인천강 대표, 인천·황해문화행동대 간사(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