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핵 위험성 조명 …'체르노빌'자료분석 
   
▲ 원전을 멈춰라 | 히로세 다카시


최근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규모 강진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을 미처 염려할 틈이 없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일본 대지진'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누출'로 아예 의제가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일본에선 지금도 강도 7이상의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러나 건물붕괴와 같은 사고보다는 방사능누출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책 '원전을 멈춰라-체르노빌이 예언한 후쿠시마'(이음·288쪽)는 체르노빌을 비롯한 일련의 발전소 사고를 살피면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다. 물론 답은 원전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전사고에 대해 당국이나 과학자들은 언제나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으며, 이미 발생한 사고도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천재지변이라고 말한다.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그러나 원자력 사고가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원자력 물질을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뒤편엔 인류 절멸의 위험을 담보로 원자력산업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기업과 이런 사실의 은폐에 동참하는 저널리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대지진, 뒤이은 쓰나미의 습격, 후쿠시마 원전사고, 식료품과 수돗물의 방사능 오염 … .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재앙의 시나리오가 코앞 바다 건너 일본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태가 어떻게 치닫게 될 지 아무로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방사능 오염이 언제, 어떻게 영향을 받을 지 몰라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사태를 얼핏 보면 규모 9.0도에 달하는 강진은 천재지변에 의한 재앙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앙의 중심에 서 있는 원전사고를 단순히 '사고'로만 볼 수 있을까. 왜 항상 지진과 화산폭발에 위협을 받는 일본에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었는가. 그리고 여전히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말은 믿을 수 있는가.

이 책은 평생을 원자력과 핵의 위험성 문제에 천착해온 저널리스트 히로세 다카시가 원전 사고의 역사와 진실을 밝힌 책이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를 중심으로 원전 사고의 발생부터 사고의 영향과 이후의 복구 과정까지를 광범위한 자료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밝힌다. 이 분석을 토대로 원전은 결코 안전할 수 없으며,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한국정부는 후쿠시마의 비등수형과 달리 가압수형 경수로를 택하고 있어 그런 참사를 일으킬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일단 긴급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형태의 원자로든, 또 어떤 안전장치도 재앙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원전은 폭발에 의한 피해뿐만 아니라 엄청난 방사능 후유증까지 가져온다.

체르노빌 사건에서 보듯 방사능 오염은 장기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재앙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흔히 원자력엔 두 얼굴이 있다고 말한다.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 인간을 죽이는 악의 얼굴과 인간을 돕는 평화의 얼굴, 하지만 히로세 다카시는 원자력에 평화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오직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죽음의 얼굴만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유지하고 원자력 연료를 정제하는 데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가 든다. 따라서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지며, 한정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서 가치마저 없다.

더 큰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문제다. 핵폐기물 처리 역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이 반영구적이기까지 하다. 또 폭발의 위험마저 도사린다. 실제 1957년 우랄 지방에서 폐기물에 들어 있던 플루토늄이 원폭이 돼 폭발한 참사가 있었다. 저자는 이때문에 "원자력 발전은 가장 위험하고,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라고 단언한다. 1만2천 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