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 인천민예총 지회장


인천의 지난 2010년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은 해였다. 연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을 슬픔 속으로 몰아넣더니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로 또 한 번 안전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시민들에게 안겼다. 11월엔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탄이 떨어진 '연평도 포격사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2011년, 인천 지역사회 곳곳에선 '평화도시인천' 이미지 구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인천예총)와 함께 인천 문화예술계의 대표단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인천민예총)를 새롭게 이끌어 갈 김정렬(50) 제9대 인천민예총 지회장도 역시 '평화'를 가장 먼저 이야기 한다.

 

   
▲ 김정렬 인천민예총 지회장은 앞으로 인천작가회의와의 소통 등 인천민예총 회원간 관계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양진수기자 eos1290@itimes.co.kr


"문화계 뿐 아니라 올해 인천 전체의 화두는 평화입니다."
지난 12일 인천 민예총의 9번째 대표로 선출된 김정렬 지회장은 무엇보다 '평화인천'을 강조했다. 지난 해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천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전쟁에 대한 심각성을 되새겼기 때문이다.
"연평도 사건은 분단사상 최초로 민간거주지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데서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진짜 포탄이 옆에서 터지는 실제 전쟁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죠. 전쟁이 일어나면 얼마나 끔찍할 지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김 지회장은 그동안 인천민예총이 진행해 온 월미평화축제를 올해 확대 개최할 계획이다.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의 다른 문화·시민단체와 연계해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낼 생각이다. 이는 그동안 민예총이 추구한 현실적인 예술 활동과 일치한다.
"민예총은 예술인들의 집단이지만 19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예술단체지만 지역 문화현안들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 왔던 거죠. 실제로 얼마 전 부평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농성에 민예총 회원들이 참가했었죠."
김 지회장은 이런 민예총의 특성을 다른 예술단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은 물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고민과 어려움에 동참하며 현실을 예술에 반영해 나가는 것이다.
회화를 전공한 미술가인 그는 인천미술계에서 최근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시립미술관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단순히 전국 6대 광역시 중 대부분의 도시가 시립미술관을 보유 중이고, 인구 300만이 넘는 큰 도시이기 때문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시립미술관은 그 도시에서 활동한, 혹은 그 도시 출신의 작가들 작품을 전체적으로 소장할 수 있는 하나의 전문미술기관입니다. 인천미술의 역사와 흐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도 하는 거죠.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전시와 함께 진행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시립미술관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미술활동을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거죠."
김 지회장은 개관 17년 만에 개방형 관장직위제를 도입, 문화예술전문가 경영체제로 탈바꿈한 인천종합문예회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개방형관장제에 찬성을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관장 한 사람이 바꼈다고 해서 회관이 앞으로 크게 달라진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 마인드를 갖춘 전문기획자가 실무진에 배치되는 것이 회관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민예총은 보다 많은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작은 공동체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들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안타깝다.
"각 회원단체별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민예총에 대해, 혹은 인천민예총이 개최하고 있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해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시민밀착형·현장예술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홍보에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인천민예총의 올해 중요 사업 중 또 하나는 회원단체를 정비하는 것이다. 우선 '인천작가회의(전 인천민족문학작가회의)'와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민예총 회원 단체 중 한 곳이었지만 의견불화로 이원화돼 활동해 왔던 두 기관은 최근 활동을 같이해야 한다는 여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 김정렬 작'힘들다 1, 2'(2010년). 김 회장의 예술적 지향을 짐작케 해주는 작품들이다.
김 지회장은 2009년에 활동을 멈춘 사진위원회의 부활도 준비 중이다. 일단 올해부턴 민예총에서 운영하는 문화아카데미를 통해 활동하며 기반을 다진 후 내년 쯤 재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위원회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 인천민예총은 미술위원회, 풍물굿위원회, 노동자문화예술위원회, 연극위원회, 음악위원회, 정책위원회 등 10개 회원단체로 구성된다.
그는 회원단체들을 정비해서 '문화예술아카데미'를 더욱 풍부하고 짜임새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아카데미는 예술실습에 대한 강의 뿐 아니라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인천문화계 담론에 대한 토론회나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는 부평의 한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니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도 갖고 있다.
"요즘 이큐(EQ)다 뭐다 해서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미술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방식은 기술위주,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에만 관심이 쏠려 있죠. 이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미술을 하고 싶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저 그림이 멋있다'라는 생각, 혹은 '이 작가의 시도들이 재밌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저 역시 고등학교 때 한 그림을 보고 전혀 관심도 없는 미술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으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이 사회문제나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일부시각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정치는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의 삶, 현실 그 자체입니다. 우리 생활 어디에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현실과 문화예술 역시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인들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김정렬 인천민예총 지회장은 …

-1961년 출생
-1989년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1992년 화도진중학교 교직생활 시작
-2005~2006년 인천민족미술인협회 대표 역임
-2007~2008년 인천민예총 부지회장
-2007년~현재 인천부흥고등학교 미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