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올인'인천 도림고등학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는 학력을 올리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인천 도림고등학교(교장 김정식·인천 남동구 도림동 도림길 111)는 사교육 없는 학교에 '올인'하기로 했다.
 

   
▲ 도림고 과학탐구학습 동아리가 학교 과학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도림고는 학생이 만드는'교과학습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인천시교육청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뒤 방과 후 학교 교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또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학력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시교육청의 고등학교 평가에서 최우수교로 선정되고 제17회 학생과학탐구 올림픽에서 은상과 동상을 차지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도림고의 '사교육 없는 학교'를 향한 노력을 살펴본다.


▲ 도심 외곽 학교 … "모든 교육을 학교에서 해결"
도림고 주변엔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없다.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있을 뿐이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거나 문화 생활을 누리기에 어려운 입지조건이다.

도림고는 도심 외곽에 있다는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기 위해 방과 후 학교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다보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한 도림고 교감은 "환경때문에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계절에 따라 봄에 꽃이 피고 겨울에 눈이 오면 학교 주변 풍경이 아름답게 변해서 학생들의 정서에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이 많다는 점도 방과 후 학교 교육을 강화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 전교생과 학부모 각각 79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교육비 현황을 보면, 전체 학생의 사교육비 평균 지출액은 한 달에 18만5천원인데 비해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33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두 배 가까운 돈을 더 쓰는 것이다.

도림고의 방과 후 학교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전교생의 62.4%와 학부모의 66.3%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 교육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또 3학년 학생 중 절반이 넘는 54.1%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답했다.

 

   
▲ 도림고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 학생들은'도원결의'노트에 독서 감상문과 공부 및 진로 계획을 기록한다. 이 노트는 학생 지도 및 대학 입학에 쓰이게 된다.


▲ 사교육비 감소는 여건 조성부터
도림고는 가장 먼저 위해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 전담부서 설치 등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

지난 2009년부터 채용한 인턴교사 6명에게 교사 보조 및 기초학력 부족 학생에 대한 지도 등 일부 교육 활동을 맡기고, 교사에게 학기당 1번씩 설문조사를 받아 고칠점과 원하는 방향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방과 후 지도강사에겐 개강 전부터 교육과정 수립과 운영 전반에 대한 연수를 실시했다.

특히 학력관리부는 교사와 지도강사·인턴교사 사이에서 오가는 교육업무에 대한 의사소통 공간으로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센터'를 운영하면서 방과 후 교육의 전체를 아우르는 전담부서 역할을 했다.

시설로는 일부 여유 공간과 특별실을 개조한 소규모 학습실이 마련됐다.

학교 누리집은 방과 후 학교 관련 자료를 교환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소규모 모둠 지도로 학습효과 높여
도림고의 방과 후 학교 교육은 강좌 1개당 학생 15명 내외로 진행된다.

적은 인원으로 집중적인 교육 효과를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각 강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력 수준에 따라 나뉘어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수업을 받게 된다.

학생들이 도림고에 입학하면 받는 '도원결의' 노트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 노트에 성적과 공부 계획, 독서 감상문, 진로 계획 등 학교에 다니는 3년동안의 생활을 기록하게 된다. 교사들은 이 노트를 바탕으로 공부 방법이나 진학 문제들을 학생과 상담하며 함께 풀어간다.

이렇게 기록된 자료는 이후 수시모집 등 대학 입학을 위해 쓰인다.

학생이 만드는 '교과학습동아리'는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과학습동아리를 통해 탐구 능력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우게 된다.

도림고는 각 동아리에게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지도교사를 배치한다. 지난해 학생 187명이 동아리 20개에서 각각 활동했다.

특히 과학탐구학습 동아리는 인하대학교 소속 교수와 대학원생의 지도에 따라 매달 1번씩 대학교 연구시설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동아리는 나일론 합성, 색소 분리 등 고등학교 수준에선 하기 어려운 실험들을 소화하는 중이다.


▲ 기초부족 학생 대상 '특별보충과정' 운영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정규 수업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벅차기 마련이다.

기초학력 저하는 학생의 학교 부적응이나 자존감 상실, 교육 불만족으로 이어지면서 학교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림고는 원활한 학교 생활을 위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모둠별 10여명이 참여하는 '특별보충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5개 과목으로 운영되는 이 과정은 참가 학생에 대한 지도카드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담임·교과·인턴교사들은 학생 개별 지도팀을 구성해서 해당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지도 내용은 학생 수준에 맞는 기본 개념, 필수 학습 요소 등이다.

교육은 정규 교육시간이 끝나고 오후 6시~8시30분까지 이어진다.

학생들은 교사를 통해 기초학습 및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교사 1명이 학생 1명을 맡아서 상담하는 멘토링제를 통해 학생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운 점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08년 79명에 달했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지난해 11명까지 줄었다.

 

   
▲ 도림고의 소규모 모둠 학습은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학생 특기 개발에도 앞장
도림고는 학생마다 다른 특기를 개발하기 위해 특기 적성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밴드반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연습을 시작한다. 음악 기본 이론과 음향 및 장비 조작법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한자 자격증반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고등학교 과정의 한자를 읽고 쓰는 수업을 진행한다. 목표는 자격증 취득이다.

TEPS반은 기출 문제를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활동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진행되는 영어회화반은 원어민 강사의 지도 아래 학생의 회화 및 듣기 실력을 높혀주고 있다.

이밖에도 1년 내내 펼쳐지는 축구 대항전 'D리그'와 축제, 체육대회들은 학생들의 학력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모두 단련시키고 있다.

김 교감은 "학교가 학업 때문에 받는 학생들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특기 교육과 체육대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 도림고등학교 연혁

- 2003년 9월 4일 도림고등학교 설립인가 (8학급)
- 2004년 3월 1일 초대 김규수 교장 취임
- 2004년 3월 2일 도림고등학교 개교 및 제1회 입학식(288명)
- 2005년 12월 29일 인천광역시교육청 2년 연속 학력우수학교 선정
- 2006년 2월 3일 전국자원봉사활동 대회 국무총리상 수상
- 2008년 9월 1일 제2대 김정식 교장 취임
- 2009년 12월 17일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평가 고등학교 최우수교 선정
- 2010년 2월 11일 제4회 졸업식(295명)
- 2010년 3월 2월 제7회 입학식(276명)
- 2011년 2월 10일 제5회 졸업식(245명·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