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덕 인천적십자병원산부인과 과장


 

   
 

에이즈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1979년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이래 이 질병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해 '20세기의 페스트'라 불리며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또 잠복기간이 길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속도로 퍼진다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체양성자가 1993년은 200명, 2009년은 6천888명, 최근에는 7천명을 넘었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에이즈증가율은 OECD국가 중 상위 10위 이내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등록된 환자의 수이니 지하에 은닉된 환자는 훨씬 많다.

HIV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이 병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상실시켜 각종 치명적인 질병에 무방비상태로 만든다. 감염돼도 2~6년이라는 긴 잠복기를 거치는 까닭에 보균자 스스로도 감염사실을 알지 못한 채 타인에게 감염시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에이즈환자의 대부분이 동성연애자 또는 마약이나 각성제를 주사기로 돌려가면서 맞고 있는 마약중독자이다. 혈우병 환자나 수혈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 병이 발병하는데 이들은 육체적인 관계없이도 치료를 위해 사용한 혈액제가 원인이 된다. 동성연애자들은 수십명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갖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이같이 에이즈는 감염전파 경로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알기만 하면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 이 병의 기본병리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면역이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세균이나 독물이 몸속에 들어올 때 우리 몸이 이에 대항해 그것을 몸밖으로 몰아내든가 죽이든가 하는 작용이다. 이 대항력이 상실되면 생체방어에 이상이 생겨 여러가지 질병이 나타나게 된다.

초기증상은 발열증상과 함께 식은 땀, 피로감, 설사, 빈혈 그리고 심한 두통과 정신적 무력감이다. 이와 함께 임파절 종창과 항체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난다. 더 진행하여 말기가 되면 끊임없는 설사와 불규칙한 변비 그리고 식욕부진과 복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기침,가래,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 이 상태가 더 경과하면 피부나 점막에 출혈반점과 육종이 생기고 코피, 혈담, 토혈 등 출혈 경향을 보이며 탈진하여 의식이 몽롱해져서 혼수에 빠진다.

에이즈가 일반에게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목욕업소, 이발소 등에서 호모로 의심되는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켰고 심지어 병원에서도 의료요원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러나 목욕,식사,대화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 또 소독약이나 가정용 세제에도 쉽게 무력해 진다.

다행히 현재로선 면역기능 감소를 지연시키는 치료가 가능하며 HIV로 인한 기회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HIV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어서 치료효과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주어진 수명을 누리고 활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감염위험성이 높은 난잡한 성생활자, 동성연애자, 혈액질환자, 마약중독자,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 등 고위험군의 관리로 에이즈를 조기진단하면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