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 양평군의회부의장


 

   
 

최근 회자되는 말로 노선과 코드가 맞으면 '차선 변경'이고 다르면 '끼어들기'라고 쉽게 남을 비난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자기 방어 또는 자기 보호 본능의 산물이거나 본질은 외면한 채 파생적인 문제로 변죽만 울리는 한건주의, 소영웅주의에서 비롯된 아전인수식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인의 공적인 비판활동은 맹목적 '비난'과는 다르다.
참된 비판이란 '바른 삶'보다는 대다수 민중과 함께하는 '옳은 삶'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야 정의로운 참 민주주의, 참 지역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양평사회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는 참다운 비판자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비판은 이것과 저것을 가리지 않고 매도하거나 마구잡이식으로 때리는 행위가 아니다. 또 사안의 본질을 적당히 비난 또는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사실에 의거해 정확하게 가리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군민이 공감하는 정의에 접근하는 행위를 말한다.
맹자는 '비시지심 지지단야(非是之心 智之端也)'라 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슬기라는 인간본성의 단서가 된다고 했는데 이때의 비지심은 바로 참된 비판정신의 근본이다. '두개의 잘못이 하나의 옳음을 양태시키는 오류'라는 말이 있다.
지금 양평에서의 이것도 잘못되고 저것도 잘못됐다는 식의 양비론 생산자들은 문제의 초점을 흐려 주민으로 하여금 본질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론 참다운 비판세력과 맹목적 비난세력을 동일시하거나 희석시키면서 지역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 주장만 옳고 책임의 원인과 소재를 규명치 않은 채 총체적 책임론으로 전체를 비난한다면 참다운 비판이 아니라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론으로 종결되고 마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같은 형태는 지역주민들의 혐오와 허무주의만 부채질한다. 특히 지역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안별 잘잘못을 냉정하게 비판하고 진실이 호도되지 않도록 비난이 아닌 문제해결 방안 제시와 실체적 소통을 유도하는 참다운 비판 자세가 절실하다.
양비론적 시각으로 가치의 척도와 본말을 전도시키고 오류나 실수를 매도하는 행위는 우리 양평사회의 해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경에 '화염곤강 옥석구분'이란 말이 있다. '옥'으로 유명한 곤강산에 불이 나면 그 산의 옥석을 가리지 않고 전부 태워버린다는 뜻이다.
양비론은 이처럼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태운다. 양비론은 본질을 호도하고 개인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서 초점과 핵심을 실종케 한다.
지방정치도 마찬가지고 지역사안도 어떤 문제가 있으면 문제의 진위와 본질이 분명하게 가려질 수 있도록 '맹목적 비난자'가 아닌 '건전하고 참다운 비판자'가 존경받는 지역풍토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