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의 창 ▧


 

   
 

세계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 중 하나는 물의 비극으로 아랄해에서 일어나고 있다. 뒤늦은 복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4대 호수인 아랄 해는 지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2020년경에는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남한의 3분의 2만한 거대한 호수였던 아랄해의 면적은 13.5%로 줄었고 수량은 이제 7%만 남았다. 아랄해의 비극은 구소련 시절 강 유역에 목화밭을 비롯한 대규모 농업지역을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10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댐이 세워졌고 농업용수로 건설 등 강물을 과도하게 이용했다. 그 결과 강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아랄해가 마르기 시작했다.
이런 생태계 변화는 결국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왔다. 염분의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연간 1억t의 소금먼지가 소 주변 300㎞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강 주변 숲이 사라지고 수백개의 작은 강들도 말라버렸다. 대형 포유류가 멸종되고 어류도 줄어들어 결국에 한 종도 발견되지 않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아랄해의 비극은 과도한 개발과 물 욕심이 부른 재앙이다. 지구는 대지진, 가뭄현상, 대홍수, 폭설, 폭염 등 온 몸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생태계에 있어 인류는 폭군을 자임하고 있다. 물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의존하는 지구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떠받치는 기초적인 환경자원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의 위기'라고 표현되는 전지구적인 물문제에 대해 여전히 오만함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아랄해의 비극처럼 댐을 건설하고 강을 준설하고 농업용 저수지를 증고하겠다며 과도한 개발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도많은 나라들이 지속가능하지 않는 수자원 관리방식을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4대강 살리기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되어 진행되고 있다.
강의 복원은 인위적인 토목공사가 아니라 자연생태 시스템의 복원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하수를 유지하고 강의 유역과 습지를 복원함으로써 자연성을 회복하는 총체적인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공수로로 개발된지 100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라인강의 경험이 자연의 원칙을 거스르는 방식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라인강은 농토나 주거지는 실용적인 땅으로 변했지만 라인강 유역의 습지가 사라지고 습지에 서식하던 동식물은 멸종했고 생태계는 완전히 변모했다. 구불구불하던 라인강의 물길을 반듯하게 한 결과 강의 길이는 짧아지고 라인강 주변의 대지가 계속해서 폭넓게 말라가며 강의 수면이 계속해서 낮아졌고, 지하수면도 점점 하락해 라인강 유역에 무성했던 숲이 거의 다 사라졌다. 라인강의 수면이 낮아지는 현상은 강바닥이 점점 깊게 패이면서 생긴 일이다. 동시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하수면도 강의 수면에 맞춰 낮아졌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강바닥을 수심 6m까지 파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의 여울과 강변의 모래를 없애고 있다. 지하수면의 하락은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공적인 개량을 통한 수자원 관리방식인 4대강 사업은 지하수면 하락을 멈추기는커녕 점점 더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아랄해의 비극과 라인강의 후유증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이상 인위적인 개발로 해결책을 모색해서는 안된다. '성장'이란 한가지 희망 때문에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표를 던진 결과가 4대강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성장'에 대한 기대는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강의 자연성을 파괴하는 4대강사업에 대한 본질을 가리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개발과 성장의 노예로 전락해 있는 한 또한 여전히 인위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는 한, 지구생태의 회복은 외면되거나 묵인될 뿐 아니라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