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경남아파트 2동 807호에 살아. 전화번호는 591국에 3810번이고.』

 오기문 학생은 자기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같이 한번 가자고 했다.

 『정말, 세상이 넓고도 좁다는 생각이 들어. 어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그게 다 텔레비전 때문이야.』

 『텔레비전 때문이라니?』

 인구는 빨리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오기문 학생을 쳐다보았다.

 『형이 육군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날이야. 나는 그날 아버지와 함께 9시 뉴스를 보고 있었어. 그때 우리 아버지가 형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한테 저 귀순용사와 저녁을 한 끼 같이 먹기로 약속했으니까 집으로 연락 오면 꼭 아파트 주소와 동 호수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짜를 메모해 놓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 나는 그때 우리 아버지가 형과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기랬구나. 너네 아버지 몹시 실망하셨을 것 같은데 어카면 좋지, 기문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명함을 잃어버려 연락을 못 드렸다고 말씀드리면 되지 그걸 가지고 뭘 걱정을 해.』

 『기러면 될까? 기러면 언제쯤 연락 드리는 게 좋을까?』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좋겠지. 우리 아버지는 오늘 아침에도 형 생각이 나는지 방송국에 찾아가서 형 연락처라도 알아볼까 하고 말씀하시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으시기에 내가 말했지. 형이 우리 학교로 편입해 와서 나랑 한 반이 되었으니까 좀더 친해지면 꼭 형을 집에 데리고 오겠다고.』

 『기러니까 뭐라고 하시데?』

 『형이 우리 집에 오면 뭐 하나 물어볼 게 있다면서 북한에 계신다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꺼내놓고 눈물짓고 계셨어. 지금도 살아 계시는지, 아니면 어디로 끌려가 돌아가셨는지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인구는 그때서야 오기문 학생의 아버지가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까닭을 알 것 같아 용서를 빌었다.

 『기럼 오늘 집에 가서 형님한테 말씀드리고 바로 전화 드릴게. 기문이 너네 아버지한테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줘.』

 『괜찮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 나면 우리 집에 나랑 같이 한번 가. 형네 집에서 한 10분만 걸어가면 돼.』

 『길케 가깝네?』

 인구는 또 한번 놀라면서 오기문 학생을 쳐다보았다. 오기문 학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반장이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야, 야. 모두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가. 그렇게 하기로 허락하셨어.』

 3학년 5반 학생들은 와 하고 소리치며 서둘러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잠시 후 학생들은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구령대 앞에 서 있던 체육선생이 두 팀으로 편을 묶어 주장을 뽑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