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박했던 대피 현장
   
▲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 수백 발을 발사한 23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는 여행객과 주민들이 심각한 얼굴로 불타고 있는 연평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평도 여행객


"정말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북한의 해안포가 연평도에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를 타고 탈출한 연평도 주민들은 23일 오후 5시 7분쯤 여객선 '코리아 익스프레스'를 타고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이날 여객선 '코리아 익스프레스'는 오후 12시 인천에서 출항해 오후 3시쯤 대연평도에 도착,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민 수십명을 태워 돌아왔다.

특히 이 여객선은 오후 3시 승객을 태우고 대연평도에서 출발했다가 선착장으로 늦게 도착한 주민 10여명이 "나도 태워가라"고 소리치자 배를 돌려 남은 사람들을 태워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객선 승객들은 급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연평도에 장모를 만나러갔다가 대피했다는 임경진(45)씨는 "이곳저곳에서 군인들이 실제상황이라고 소리쳤고, 주민들은 대피하느라 정신없이 뛰었다"며 "시커먼 연기와 함께 포탄 소리가 땅을 울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급박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84세의 장모를 챙기지 못했다"며 "장모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들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덕적도에 놀러갔다가 언론보도를 보고 대피한 사람도 있었다. 최모(56·여)씨는 "덕적도에 있는 아는 사람의 집에 김장하러 갔다가 북한이 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오후 4시 배를 타고 나왔다"며 "심하게 놀라서 지금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1시 백령도로 출항한 여객선 '프린세스'호는 오후 3시쯤 긴급 타전을 받고 오후 5시 연안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여객터미널에서는 승객들의 표 환불 소동이 벌어졌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