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25일 개봉 … 서스펜스 코미디


두 남녀의 로맨스가 펼쳐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긴장감 있지만 폭소를 자아내는 코미디도 산재한다.
 

   
 


영화 '이층의 악당'은 서스펜스 코미디란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다. 사랑을 말하되 달콤함만을 속삭이지 않고, 긴장된 순간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인과관계를 친절히 설명해 주며 관객들이 극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했다. 창인(한석규)이 왜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인 말을 툭툭 내뱉는 연주(김혜수)의 집 2층에 세를 들어야 하는지, 온갖 거짓과 달콤한 말로 연주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정 목적을 지닌 채 자신을 소설가라고 소개한 창인은 틈만 나면 연주가 사는 1층으로 내려와 집 구석구석을 살핀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지도 모르고 연주는 자신의 소설 주인공과 닮았다느니, 바로 당신이 에메랄드고 사파이어라느니 하는 느끼하지만 싫지 않은 작업멘트를 말하는 창인에게 점점 끌린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핵심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주의 눈을 피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창인의 절박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이런 상황의 설정은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톡톡 튀는 대사들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자신과 같이 있고 싶어 출근을 안 한다는 연주에게 일하는 직업여성이 아름다운 법이라며 등 떠밀어 출근시키고, 보고 싶다고 하루 종일 문자·전화하는 그녀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지만 창인은 일일이 상냥하게 응대해야 한다. 더욱이 하나밖에 없는 연주의 중학생 딸 성아(지우)마저 수시로 학교를 땡땡이 치고 집으로 일찍 돌아와 창인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두 모녀의 방해에 일(?)을 하지 못한 창인이 낮에 몰래 1층으로 들어갔다가 지하실에 갇히게 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며칠 동안 갇혀 있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역시 조퇴를 하고 돌아온 성아 때문에 울상이 된 채 제 발로 다시 지하실에 들어가는 창인은 악당이 내세운 '긴장감 넘치는 코미디'를 잘 표현해 낸다.

1995년 영화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난 한석규, 김혜수의 연기호흡은 다소 억지스러울 것 같은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박학다식함과 화려한 말솜씨를 뽐내다가도 돌연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능청스럽게 악당으로 변신하는 한석규는 이 영화 웃음의 시작이자 끝이다. 김혜수 역시 홀로 딸을 키우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까칠한 엄마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25년 연기경력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참신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색다른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던 손재곤 감독은 전작의 독특함에 웃음을 더욱 첨가했다. '물건'을 찾아오라고 종용한 철부지 재벌 2세, 그를 지키는 키 작은 조폭 등은 두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웃음의 큰 줄기에 잔가지를 치며 재미를 더한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115분.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