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나들길을 걷다 2 


강화나들길 3~6코스는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숲 길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전등사와 성공회 온수성당, 각종 왕릉을 볼 수 있고 바닷내음을 가득 품은 외포여객터미널과 외포어시장도 만날 수 있다. 1~2코스에 견줘 걷는 길이 길지만 중간 중간 목마름과 피곤함을 달랠 수 있는 쉼터와 약수터가 있어 참 좋다.
 

   
▲ 강화나들길 3~6코스의 매력은 풍성한 볼거리다. 마을 전체를 전통의 멋으로 가득 채운 두두미 마을은 강화나들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3, 4코스 '능묘가는 길~해가지는 마을길' (온수사거리~망양돈대·31.3㎞)

23일 오전 8시. 전등사 앞 푯말이 강화나들길 3코스를 알린다. 강화나들길 지도엔 3코스 첫 출발지점이 온수사거리로 나와 있지만 사실 전등사 입구부터 걷는 게 옳다. 주차장도 있고 입구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이곳에서 1천500원을 주고 입장권을 끊은 뒤 전등사 동문으로 들어가 1㎞쯤 걸으면 단군의 세 아들이 만들었다는 삼랑성(사적 제130호) 북문이 나온다.

옛 선조의 숨결을 느낀 뒤 북문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2.3㎞를 가면 1906년에 지은 대한성공회 한옥성당인 온수성당이 보인다. 그 아름다움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온수성당 앞에는 1970년대 거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세탁소와 이발소, 만물상 등 흑백영화에나 나올 법한 옛 가게들이 즐비하다.

온수성당을 한바퀴 돌아 2.4㎞ 가량 곧장 걸으면 바다만큼 넓은 길정저수지와 낚시터가 손짓한다.

잠시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고려시대 최고의 문장가 이규보 선생의 묘자리가 눈에 띈다.
 

   
▲ 망양돈대


여기에서부터 11㎞ 구간 전체가 곤릉과 석릉, 가릉으로 이어진 숲 산책길이다.

가릉까지 모두 보고 나오면 허브향기 가득한 강화허브향기가 자리잡고 있는데 완주도장을 찍어주고 허브 음료도 공짜로 나눠주기 때문에 들르면 좋다.

4코스는 숲길과 바닷내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가릉을 출발해 능내리·하일리를 지나는 평범한 농촌 길이나 자연이 주는 평안함을 곳곳에서 찾아내는 게 이 코스의 묘미다.

마니산으로 가는 하우고개 중턱에 위치한 조선시대 학자 정제두 선생의 묘를 지나 0.6㎞를 내려가 하우약수터에서 목마름을 해결하면 된다.

잠시 쉬고 건평나루에 들어서면 부둣가의 정겨운 풍경과 갈매기 울음소리가 반긴다.

 

   
▲ 가릉 가는 길

이후 석양 노을과 만조시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외포리선착장과 새우젓과 왕새우 튀김이 일품인 외포수산시장을 만난다. 오후시간 이곳에 들른다면 석양 노을을 꼭 봐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상인과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한 외포수산시장 윗쪽으로 0.2㎞를 올라가면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막으려고 세운 망양돈대(인천시 기념물 제37호)가 저 멀리 바다를 묵묵히 바라본다.

1~2코스엔 돈대가 꽤 많은 반면 3~4코스엔 건평돈대와 망양돈대가 유일하다. 길을 헤매지 않고 10시간 가량을 줄곧 걸어야 이곳까지 도착하지만 풍성한 볼거리 덕에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숲과 바다, 가을 들녘이 동시에 가져다주는 볼거리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길이다.



5, 6코스 '고비고개길~화남생가 가는길' (강화버스터미널~광성보·39㎞)

이 두 코스를 걸으려면 12시간이 걸린다. 또 5~6코스는 모두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지만 걷는 길이 따로 떨어진 탓에 철저한 준비와 코스별 지도가 필수다.

고갯길이 많기 때문에 운동화나 등산화, 가벼운 옷과 생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일단 큰 맘을 먹고 강화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남문과 서문, 국화저수지를 지난 뒤 홍릉까지 내리 10㎞를 걷는다. 3~4코스에 견줘 나들길 초입에 볼 곳이 많지 않지만 고갯길을 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5코스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오상리에 있는 고인돌 무덤(인천시 기념물 제47호) 터다.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이곳엔 현재 북방식 무덤인 고인돌 12기(基)가 옛 선조의 숨결을 내뿜고 있다.

오상리 고인돌을 둘러보고 아래로 0.8㎞를 내려오면 소박한 시골장으로 유명한 내가시장과 풍경이 아름다운 덕산산림욕장을 만난다.

특히 덕산산림욕장은 쉼터 시설과 전망대, 자전거 보관대 등 편의시설과 음수대, 배드민턴장은 물론 발 지압 길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위생시설을 갖추고 있어 지친 다리를 쉬게 하는 데 그만이다.
 

   
▲ 온수성당


여기에서 다시 기력을 충전한 뒤 곶창굿당과 망양돈대, 외포리선착장에 도착하면 5코스는 끝난다.

다시 강화버스터미널도 돌아가 작은 징검다리가 놓인 길로 향해야 진짜 6코스다.

논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약수터가 반기고 작은 습지 흔적만 남아 있는 토성을 뒤로 끼로 걸으면 선원사지 터가 나온다. 선원사 주변엔 연꽃재배지가 있어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7㎞쯤 쭉 걸으면 화남 고재형 선생이 살았던 생가와 두두미마을(전통마을)이 보이는데 여기서부터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두두미마을은 6코스에서 반드시 봐야 할 장소다.

장승 두개가 서 있는 마을 입구엔 온갖 꽃과 흙·돌 담장으로 지은 집들로 가득하다.

골목 골목 펼쳐진 풍경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데다 인근 농장에선 농촌체험까지 할 수 있어 걸으면 걸을수록 재미가 넘친다.

두두미마을의 매력을 감상한 뒤 오두리와 넙성리, 능내촌까지 5.1㎞ 가량 발걸음을 옮기면 우리 선조들이 몽골 침략에 맞서 싸운 광성보(사적 제227호)에 다다른다. 치열했던 광성보 전투의 함성을 느끼면 6코스는 모두 끝난다.

능묘와 해가 지는 마을길, 고비고개길 및 화남생가 등 5~6코스를 한 눈에 담고 나면 갯벌과 철새를 볼 수 있는 7~8코스가 성큼 다가온다.
/글·사진=황신섭·유예은기자 hss@itimes.co.kr




가볼만한 곳(3~6코스)
 

   
▲ 길정저수지


▲길정저수지
'길정낚시터'로 더 유명한 3코스 중간의 길정저수지.
넓이는 무려 56만1천㎡ 가량에다 붕어와 잉어가 잘 잡히는 탓에 계절에 상관없이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9~10월 사이에는 붕어 낚시 재미가 쏠쏠해 인기만점.
낚시를 하려면 입장료 2만원을 내야 한다. 또 낚시가 아니어도 가을·겨울철엔 몰려오는 철새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외포수산물센터(새우젓시장)
4코스 마지막 부분에 있는 외포수산물센터.
새우젓과 명란젓 외에도 다양한 강화특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트레킹(걷기)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수산물을 한아름 사들고 가는 맛이 바로 4코스의 묘미다.
주변 회타운에서 금방 건져올린 싱싱한 수산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안성맞춤.

▲덕산산림욕장
걷는 도중 지친 몸을 쉬기에 적합한 장소다.
5코스 중간 지점에 위치한 덕산산림욕장은 그 규모만 50㏊.
여기에 쉼터 시설과 전망대, 자전거 보관대 등 편의시설과 음수대, 배드민턴장 및 각종 운동기구도 갖추고 있어 자연과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엔 발 지압 길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위생시설도 마련돼 있다.

▲두두미마을
이곳은 강화나들길 3~6코스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소다.
강화군 불은면 두운리 일대에 자리잡은 두두미마을은 꽃길과 옛 집 등이 어우러진 전통마을.
이곳에 가면 두두농원과 해오름농원에서 농촌체험을 한 뒤 마을지도를 만들 수 있다.
또 요가와 명상, 인형만들기, 극놀이 및 장애우와 예술 체험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