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도시연고제 신호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생팀 SK의 연고지를 인천으로 결정한 것은 완전한 도시 연고제로 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SK가 요구한 연고지는 ▲인천 ▲경기도 전역 ▲서울 등 3곳이었으나 SK에게만 광역연고지인 경기도 전역을 줄 경우 애써 이끌어낸 도시연고제 이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고려됐다.

 신생팀에게 서울을 막바로 내주기를 꺼린 각 구단은 결국 현대의 서울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인천을 SK에게 할애하고 모든 구단 연고지를 단일 도시로 하겠다고 밝혀 일단 완전한 도시연고제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런 결정에는 현재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수원과 성남, 안양, 부천 등 경기도내 도시들이 가까운 시일내에 광역시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아 장차 제9구단, 제10구단 창설 희망기업이 나타날 경우 손쉽게 이들 지역을 연고지로 배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에서 구단 사장간에 고성이 오가는 격렬한 논의 끝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된 도시연고제는 어렵게 첫 단추를 꿰었지만 신생팀 창단때 연고지 배정에 여유를 뒀다는 점 뿐아니라 선진적인 도시연고제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사실에서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도시연고제의 출범으로 오랜 숙제였던 전면 드래프트제 역시 내년부터 당장 시행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프로야구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연고지 조정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상당기간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먼저 숙원이던 서울 진입을 이뤄낸 현대는 그 대가로 1년반 이상 자칫 연고지 없는 떠돌이신세가 됐다.

 KBO 이사회는 현대의 서울 이전까지 인천구장과 수원구장을 현대와 SK가 공동으로 사용토록 결정했지만 당장 SK는 『현대의 인천구장 사용은 말도 안된다』며 독점사용 의사를 내비쳤다.

 더구나 인천 야구팬들 사이에는 현대의 서울 이전 의사가 보도됐을 때부터 「반현대」 분위기가 팽배, SK가 인천구장을 내준다 해도 인천에서 홈경기를 치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부살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SK의 의지가 관철될 경우 현대는 지금까지 보조구장으로 사용하던 수원에서 홈경기를 모두 치러야 되지만 수원의 여론도 현대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의 홈경기 일정은 SK는 물론 인천시와 수원시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힘겨운 조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서울 진입도 손쉽게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쌍방울의 퇴출과 SK의 신규 참여로 뜻하지 않게 앞당겨진 도시연고제는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를 여전히 남긴 채 첫발을 떼게 됐다. 두산과 LG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구장 이외에 현대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동대문구장과 목동구장 2개이나 모두 아마추어 야구가 선점하고 있는 상태. 내심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원하고 있는 현대는 목동구장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 뿐아니라 사용여부에 대해 대한야구협회 및 서울시와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