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에게"피아노 연주회"공언 … 28일 한중문화관서 공연


오경환(75) 신부에게선 향기가 난다.
 

   
 


초여름 풀냄새의 시큼함 보단 늦가을 낙엽에서 풍기는 따스한 냄새다.

신부라는 사회적 신분 때문만은 아니다. 오 신부만의 '사람 사랑'이 주변을 훈훈하게 만든다.

오 신부는 아직 현역이다. '은퇴 신부'가 됐지만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지역사회를 바로잡고 있다.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인천대 운영위원, 인천가톨릭대 명예교수 등으로 맹활약상을 펼치며 인천에 반드시 필요한 '어른' 역할을 해주고 있다.

'4년 전 약속'.

오 신부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 신부는 4년 전 "주변 사람들에게 피아노 소리를 들려 줄 수 있을 때 반드시 피아노 연주회를 갖겠다"고 인천경실련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오 신부의 약속이 오는 28일 오후 6시 30분 인천 한중문화관 공연장 4층에서 실현된다.

이날을 위해 오 신부는 지난 4년간 하루 1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달려 왔다.

"걸음마 단계에서 이젠 빠르게 걸을 수 있다"고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평가한다.

매주 이틀씩 꼬박꼬박 거주 중인 부천 가톨릭교육관에서 인천 연수구까지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피아노 연주 이외에도 성악가 김동규가 부른 '아프리카'와 최희준의 '하숙생' 등의 곡을 남성중창단 '아미쿠스'와 함께 노래한다.

'해변의 여인' 같은 신나는 곡은 물론 '홀로 아리랑'처럼 차분한 곡도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할 참이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의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도 들려준다.

그는 "'아프리카'는 내가 아는 곡 중 가장 감동적인 노래"라며 "부르긴 어렵지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경실련은 이날 오 신부의 파이나 연주회와 함께 창립 18주년 기념식을 연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약속은 깨지라고 하는 것'이라며 비아냥 거리는 세태에게 4년 전 약속을 지킨 오 신부님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 신부는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