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요구자료 방대한 반면 질낮은 질문 … 감싸기 눈총 국감'끝'시의회 감사'시작'공무원 이중고 등 행정낭비

국회가 3년만에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민선 5기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 첫 국정감사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송 시장 취임 후 단행된 인사문제와 민선 4기 시정의 난맥상인 월미은하모노레일과 대덕호텔(E4),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등이 국감을 통해 전말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연 국정감사는 맥 없이 끝났다. 역대 인천시 국정감사 중 최단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국정감사 쟁점은 흐지부지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선 4기 때 과오를 끄집어 낼 수 없고, 야당인 민주당은 민선 5기 송영길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낯뜨거운 감싸기를 연출했다. 요식행위로 끝난 국정감사에 대한 따가운 눈총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지난 18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의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정선식기자ss2chung@itimes.co.kr



우리 나라는 중앙과 지방이 분리된 '지방 분권 행정'을 펼치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는 입법부의 몫. 시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집행부인 정부를 상대로 감사를 펼치고, 광역의회·기초의회는 지방의 풀뿌리 지방자치를 감시한다. 중앙에는 국회의 국정감사가, 지방에는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 나라는 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가 국회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그것이다. 국회에서는 지방사무 중 중앙정부가 관여한 행정 업무가 많은 만큼 지방 국정감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에서는 국정감사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된다.
지난 18일 국회는 3년만에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은 국회 행정안전위 지방감사 2반 소속 12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한나라당 5명, 반장을 포함해 민주당 5명,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각 1명씩 국감에 나섰다.
국회 행안위가 요구한 공식 자료는 127건.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현황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준비현황, 월미은하레일 사업, 대덕호텔 매입 관련 회의록 및 MOU 사본, GTX사업 추진형황, CNG 버스 점검 현황 및 후속조치계획, 2009 세계도시축전 결과 및 집행내역, 3년간 직원채용 현황, 3년간 감사원, 자체 감사결과, 5년간 공무원 징계 현황 등이 주요 요구자료이다.
이중 상당수는 12명 국회의원들의 중복 자료 요구로 채워졌다.
시가 분석한 공통 요구자료는 최근 5년간 직원 특별채용 현황, 위원회 운영 현황, 새주소 사업관련 추진사항, 2년간 발주 외부용역 내역, 3년간 국외 출장 현황 등 모두 9가지이다.
특히 대부분 요구자료는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에 속한다. 국회가 국감에 임하는 제1목적인 "지방에서 관리하는 국가사무를 감사한다"라는 근본 취지에 벗어난다. '위원회 운영 현황', '시의회 해외출장 현황', '직원 채용 현황', '불법 주정차 장비 보유 현황', '직원 훈·포장 현황', '명예시민증 발급현황' 등이다.
최근 3년간 국비 지원된 축제, 문화행사 현황, 2008년 이후 국정감사 처리결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 현황, 경인아라뱃길 사업 현황 등 국가 사무 관련 요구 자료는 십 수건 밖에 안된다. 이렇게 시가 국감을 앞두고 발행한 '국정감사 요구자료'는 약 1천페이지에 달한다.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의원의 질문의 질은 낮았다. 이번 국감의 초미의 관심사인 '송 시장 취임 후 특채 현황'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은 지방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에서 지적한 내용을 그대로 읽는데 그쳤고, 송 시장이 이를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받아치자 국회의원은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송 시장과 같은 당인 모 의원은 오히려 "송 시장이 논공행상처럼 인사를 할 사람이 아니다"며 두둔했다.
인천시에 대한 국감 또한 평균 이하였다. 국감 요구 자료는 상당했지만 이미 문제됐거나 지역에서 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관행처럼 국감이 이뤄지지만 지역에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국감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를 훼손하는 명백한 월권이다'. 이런 주장은 메아리가 됐다. 국감을 앞두고 지방의회는 입을 다물었다. 인천시의회가 다음달 16일부터 진행되는 제189회 정례회에서 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국감에 이어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야 하는 집행부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



"지방정부 지원 예산·국책사업 확인 수단"

<국회 사무처 입장>

"중앙정부의 씀씀이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 국정감사다. 아울러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국회의 책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하는 수단이 지방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다"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은 광역자치단체장이 자체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국회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의 답변이다.
국정감사는 관선지방관제도와 제도적 조응성이 높은 국회활동이다. 중앙정부가 각 지방의 살림까지 도맡아 하고 그 역할 역시 직업공무원이 감당하던 시절 유용하던 제도다. 하지만 시절이 달라졌다. 각 지방의 생활정책은 각 지방정부에서 각자 생산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의 평가를 받는다. 물론 중앙정부의 예산이 투입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해 일정부분 훈수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회 사무처 관계자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문제점인 '재정 이양'에 대한 해결책 제시 없이 현재 상황을 인정하는 선에서 나올 수 있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세금은 각 지역에서 거둬들여진 다음 중앙정부가 일괄관리하며 각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살림을 꾸릴 수 있도록 재정을 과감하게 이양하면 중앙정부와 국회의 수고도 덜 수 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솔직히 지방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오버'"라며 "재정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확실하게 이양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itimes.co.kr



"법 본래 취지 못 살리고 '정치쇼'로 변질"

<지방공무원노조 입장>

"지자체 국정감사가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정치쇼에 그치고 있다."
김정범 인천광역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국감 관련 법 조항을 들며 국감이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에는 지자체 감사는 국가가 위임한 사무나 국비 보조사업에 한정하고 있는데 지자체 국감은 그런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 전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는 모두 400여 건이지만 이 중 시나리오가 나온 것은 60여 건에 불과하고 실제로 질문이 이뤄진 것은 몇 십 건에 불과했다. 95%는 사장됐다. 거기다 요구사항 대부분 지방 사무라 오히려 지방의회 고유 업무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도 전국적으로 국감 전 요청된 자료는 3천 여 건이었지만 이 중 국감에 활용된 것은 100여 건에 불과했다.
최근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 공동으로 대응해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치단체 기강잡기로 활용되는 점은 변함없다고 지적한다.
또 인천시처럼 단체장이 바뀐지 얼마되지 않은 지역은 업무 진행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감이 열리기 전 만난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치 사안인만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단순히 흠집내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당적 입장에서 이슈가 되는 몇몇 사업에 집중해 국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유리기자 rainworm@itimes.co.kr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해 자치제 실현해야"

<시민단체 입장>

"지방의회가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 강화,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 지방자치제를 실현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인 '무용론'은 지역의 역량 강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 기능인 행정사무감사를 강화해야 국정감사와 같은 중앙 정부의 지방 정부 관리 관행을 깨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길상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후 15년이 넘어 이제 자리를 잡았다"며 "국회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는 것은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행위이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특히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힘을 실어 준다.
박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국정감사 모습은 누가봐도 국가정책과 관련해 시에 대한 문제를 논하기 보다는 기존에 논한 평이한 쟁점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말 뿐인 지적을 뛰어넘어 지방의회가 역량을 강화해야 더 이상 국정감사와 같은 월권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박 처장은 내놓았다.
박 협동사무처장은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등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