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우 경기본사 경제부장


납세 때 소득누락 추정 비율은 전문직-자영업자-월급자 순으로 높다. 월급쟁이 지갑은 '유리지갑'이라 한다. 아무리 용을 써도 월급쟁이들은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월급에서 세금이 빠져나간다. 반면 소득이 많은 직업인들은 다양한 묘수를 써 세금망에서 벗어난다. 절세 수준이 아니라 탈세 수준이다. 한달에 수천만원을 버는 줄 다 아는데 정작 소득신고 때는 몇십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고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세무당국의 과세에 대해 월급쟁이들은 불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상대적 박탈감마저 든다.
이같은 세태를 적시하는 용어가 바로 '1:4:6의 법칙'이다. 여기서 1은 월급쟁이, 4는 자영업자, 6은 전문직의 몫이다. 봉급쟁이는 자기소득의 10% 정도를 소득에서 누락시킨다. 내야 할 세금의 10%를 덜낸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는 소득 가운데 40%를 누락시킨다고 한다. 전문직은 무려 세금의 60%를 떼먹는다고 한다. 이 법칙은 사실 일본에서 널리 통용되던 것이다. 그러나 세무관계자는 우리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무리 세원 추적을 해 무거운 세금을 매기려 해도 소득증빙자료가 없으니 중과세가 어렵다고 한다.
국세청은 지난달말 민생 관련 탈세혐의 고소득자 영업자 등 103명의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세청이 숨은 세원 양성화와 세법질서 확립을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향의 중요 핵심가치로 선정해 탈세자에 대한 엄정한 과세를 하겠다는 의지다.
조사대상은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고율의 이자를 받아 서민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불법 고리대부업자 ▲고액 수강료를 징수해 교재 끼워팔기를 하는 입시학원, 고액 사설 과외교습자, 신종 입시컨설팅학원 및 연예인 전문양성학원 등 ▲농수산물 유통과정의 왜곡을 통해 서민 물가를 부추기는 관련 도매업자 및 창고업자 ▲장례용품 등을 고가로 판매하여 폭리를 취하는 장례관련 사업자 ▲고액의 수수료 및 이용료를 받고도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발급을 기피하는 결혼정보업체, 웨딩토탈숍, 부유층 부녀자를 상대하는 고급미용실 등 ▲고가의 산후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고급산후조리원 ▲생계형 대리운전자로부터 수수료 과다징수와 PDA 단말기를 고가로 판매하는 대리운전알선업자 ▲불량 저질 식자재를 사용하는 식품가공판매업자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입주민에게 부담을 주는 아파트보수전문업체 등이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결과, 탈루세액에 대한 세금추징은 물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함께 앞으로도 서민에게 피해를 주며 공정과세를 저해하는 고소득 자영업자, 유통질서 문란업자, 민생침해사업자 등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세금은 국가 등의 정부기관이 특정한 목적의 달성 등을 위해 개개인에게 소득 또는 행위에 대해 징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은 납세자의 형평성에 맞게 징수돼야 한다. 즉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게 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탈루와 탈세는 그들만의 불법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는 월급쟁이 등 서민들의 가슴에도 상처를 입히는 행위다. 아무튼 이번에 세무당국의 발표에 대해 매번 구호뿐인 조치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발표가 세무당국의 용두사미 조치로 끝나면 서민들의 가슴에 또 한번의 대못을 박는 꼴이 될 것임을 세무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