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2천500자 말로 엮어 어린이에 무료 강의


"여러분! 사람 둘이 서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설 '립'이에요. 따라해 보세요. 설 립."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예닐곱살 유치원생들에게 손짓을 동원해가며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근엄한 목소리 대신 아이들 높이에 맞춘 말투와 몸짓이 수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잘 따라오는 아이들에게는 빵 하나씩을 선물로 준다.

설환성(75)씨는 유치원 선생님들 사이에선 유명한 한자 강사다.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덕분에 과외를 해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있기도 하다.

요즘에는 남동구 간석동 선미유치원과 만수동 세화유치원 두 곳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세화는 벌써 8년째 나가고 있다.

지금은 학부모들 요청으로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수에 도전하는 중학생 아이들 몇몇을 가르치기도 한다.

설 씨 덕분인지 이달 초 선미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15명이 7급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의 비법은 이야기가 있는 한자다. 친할 친(親)은 설 립(立)과 나무 목(木), 볼 견(見)으로 나눠 '서 있는 나무에 열매가 맺어지는 것을 매일 보니 친해진다'고 설명한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렇게 풀어서 말로 엮어 놓은 한자가 2천500자가 넘는다. 급수 시험으로 따지면 2급용까지 가능하다.

그가 한자 강의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다. 젊었을 때 대기업에 다니면서 얻었던 지식과 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모든 강의는 무료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설 씨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매일 연구하고 연습하다보니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온다"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쉬운 일로 여길 수 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소유리기자 rainwor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