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누리길을 걷다 - 4. 연천1코스
   
 


한 많은 임진강이 S자로 굽이치는 경기도 연천군이 연일 뜨겁다. 올 5월 경기 DMZ 트레킹코스 평화누리길이 개장하면서 트레킹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군사도시였던 연천이 새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연천군 트레킹은 임진강을 따라 걷는 3개 코스(62.2㎞)로 이뤄져 있다. 주테마가 '임진강 이해하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진강은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남북한의 7개 시·군을 통과해 한강으로 합류하고 있고 연장 길이가 254km에 이른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두발로 몸소 체험하려는 트레킹족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총 21.6km 구간의 연천 DMZ 트레킹 제1코스(황포돛배~숭의전)는 파주 임진강 두지나루에 있는 '황포돛배'에서 시작된다.

황포돛배는 한국전쟁 전까지 경기도 파주 두지나루에서 서울의 마포나루까지 오갔던 조선시대 명물이었다. 소금·새우젓·생선과 인삼·콩·쌀을 그득그득 실어 날랐다. 파주시는 지난 2004년부터 황포돛배를 임진강에 띄워 관람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고선박 제작 전문가 손낙기옹이 복원 작업을 맡았다.
 

   
 


황포돛배 투어는 '임진8경'의 절경을 볼 수 있다. 특히 60만년 전 형성된 임진강 적벽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단 이후 5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임진강 경치를 맛 볼 수 있다. 적벽은 약 60만년 전 분출된 용암이 흐르다가 냉각된 후 불규칙하게 갈라진 면이 오랜 세월동안 침식되면서 검붉은 돌기둥 모양의 벽을 형성한 것을 말한다. 옛날 양반, 사대부들뿐만 아니라 진경산수화가로 유명한 겸재 정선도 절경을 즐기며 화폭에 담기도 했다고 한다.

황포돛배는 파주시 적성면 두지나루에서 연천 고랑포(高浪浦) 여울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문의 031-958-2557/어른 8천원, 어린이 6천원) 왕복 6km 유람을 하는 45여분 동안 강물은 무심히 흘러가고 남북의 인간사도 덧없이 흘러간다. 강줄기가 시원하게 곧장 뻗어 있다. 남방한계선도 군사분계선도 없다. 암살 목적으로 북에서 무장공비가 침투한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폭파 사건도 바로 임진강 가운데 수심이 낮은 연천군 고랑포 여울목을 이용했다고 한다. 또 6·25 당시 고랑포 여울목으로 탱크가 지나가기도 했다. 6·25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임진강은 굉장히 평화로운 강이었다.
 

   
 


파주시와 연천군의 경계가 되는 장남교를 건너 장남면사무소를 지나 원당리로 진입하면 끝없이 펼쳐진 인삼밭이 인상적이다. 연천 지역에서의 인삼재배는 6·25 직후로, 개성에서 인삼을 재배하던 사람들이 인삼재배의 적지로 택한 곳이 연천이다. 다른 인삼재배 지역인 김포, 강화, 금산처럼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6년근 인삼인 홍삼만을 생산해 왔다. 연천 등지에서 재배되는 홍삼의 경우 향과 질이 전국에서 가장 좋다고 한다.

홍삼향기를 맡으면 걷는 원당리를 지나 사미천교와 전동교 구간은 그야말로 임진강 제방을 따라 걷는 코스다. 강바람에 무더위도 식히고 S자형으로 멋지게 굽어 흐르는 임진강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강인 임진강변을 걸으면 분단의 아픔이 물결친다. 또 전동교 구간에는 8월 해바라기꽃이 만발해 트레킹족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대교여울목(비룡대교)에 도착하면 배꼽시계가 밥 달라고 발목을 잡는다. 임진강변을 따라 걷는 것이 제1코스의 주내용인 만큼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다.

임진강에서 잡은 싱싱한 쏘가리, 참게, 동자개(일명 빠가사리)로 끓인 민물매운탕이 제격이다. 특히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졌던 임진강 참게는 특유의 향으로 한번 맛을 보면 쉽게 잊지 못한다.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나서 본격적인 오후 트레킹이 시작된다.

구미교로 가는 코스에 연천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말목장(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 산1번지)을 발견하게 된다. 당초 코스에 없었던 길이었으나 마음씨 착한 '산넘어 목장' 주인 최용석씨가 흔쾌히 개인 사유지를 트레킹코스로 개방해 트레킹족들의 도우미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10년 전 연천에 둥지를 튼 최씨는 걷고 싶은 트레킹 코스를 위해 단풍나무 500주, 소나무 1천500주, 밤나무 등을 직접 심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연천 DMZ 트레킹 제1코스의 마지막은 아미산 자락의 품안에 아늑히 자리잡고 검푸른 임진강을 바라보면 창건한 이래 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숭의전(사적 223호)이다.

고려의 태조를 비롯한 4왕과 고려시대 16명 공신을 제사 지내는 사당으로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었던 앙암사터에 창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묘전(廟殿)이다. 숭의전은 아이들에게도 고려 통일국가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좋은 체험장소이기도 하다. 숭의전 앞에 자리잡은 600여년 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임진강의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6시간의 긴 트레킹의 피로를 풀면서 제2코스를 준비하기에 최고의 명당이다.

기자와 함께 6시간동안 제1코스를 같이 걸은 연천군청 문화관광과 김남호 팀장은 "아직은 개장 초기라 미흡한 점이 많지만 직원들이 직접 코스를 다니며 안내 표지판을 달고 잡초 등을 제거하는 등 열성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며 "제주도 올레길 만큼은 아닐지라도 연천군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의미를 몸소 체험하고자 하는 트레킹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지역 이미지 제고와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강현숙기자·사진=김철빈기자 kang7891@itimes.co.kr

 

   
 




찾아가기

● 적성버스터미널 가는 버스
의정부역, 양주역, 덕정역(1호선) : 25번, 25-1번
불광동서부시외버스터미널/불광역(3호선): 30번
부천 소풍시외버스터미널 : 5500번(요금 7천800원/약 2시간10분 소요/09:10, 14:30, 20:20 3회 운행)
● 적성버스터미널→황포돛배/두지나루 : 도보(약 40~50분 소요), 택시(요금 약 4천원/약 3~10분 소요)
● 숭의전→전곡버스터미널 : 58번(약 25분 소요)
● 전곡버스터미널→소요산/동두천역(1호선) : 53번, 54번, 57번(수시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