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리기자-월드비전 한국 모잠비크 변화의 현장을 가다


<글 싣는 순서>
1. 월드비전 한국, 모잠비크 '희망의 씨앗' 
2.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 
3. 목 마른 아이들


모잠비크는 번화가에서도 물을 구하기 어렵다. 고급 호텔이나 주택이 아닌 곳에선 공동 식수 펌프를 이용해 물을 길러와야 한다. 그나마 펌프가 있는 지역은 다행이다. 사람이 직접 웅덩이를 파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곳이 더 많다.
지난달 21일과 22일 모잠비크 식수사업 현장을 찾았다.
 

   
▲ 앙고니아 도무에의 은다울라 지역에 있는 우물. 주민들은 이곳에서 회색빛 물을 길러 사용하고 있다.



● 수 ㎞ 가야 마실 수 있는 물

광활한 벌판 위로 키만한 양동이를 든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아이들 몇몇이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 길을 다시 돌아오는 이들 손에는 물을 한 가득 담은 물통이 들려있다.
수 ㎞를 걸어 왔건만 이들이 퍼가는 물은 도무지 입을 댈 수 없을만큼 탁하다. 우물 시설도 열악해 웅덩이를 파 놓고 그 위에 나무로 만든 임시 공간을 뒀을 뿐이다. 자칫하면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물을 긷는 일은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다. 특히 이용이 적은 한 밤 중에는 물이 많이 고이는 탓에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여성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전기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해가 지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해져 아이들과 여성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된다. 주민들은 "에이즈가 확산되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물 한 모금이 없어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이 정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근 주민 수 백 명에게 이 우물은 생명줄이다. 짧게는 1~2㎞, 길게는 10㎞ 거리를 걸어서라도 올 수 밖에 없다. 물 때문에 싸움이 나기도 한다.
월드비전 모잠비크 은다울라 지역 담당자는 "이 우물마저 없는 동네가 있어 한 밤중에는 다른 동네에서 물 길러 오는 것을 감시하기도 한다"며 "식수펌프 설치는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해준다는 의미 외에도 아동과 여성들이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 테테 지역에 사는 아이가 식수펌프를 이용해 깨끗한 물을 퍼올리고 있다.


● "꿈이 이뤄졌어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은빛 펌프를 누르자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진다. 순서를 기다려 물을 떠가고 그 자리에서 한 모금 마시기도 한다. 마을 곳곳에는 빨래가 널려있다. 주민들 표정부터 다르다.
모잠비크 울롱게, 리피지 등 지역사업장 내 올해 초 식수펌프가 설치된 마을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회색빛 물을 마시지 않는다.
한 주민은 "이전에는 동물과 사람이 같은 물을 마셨지만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다"며 "아이들이 물을 마시고 이유없이 죽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는데 그런 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한국에 있는 여러 단체가 보내온 후원금으로 모잠비크 테테 지역에 설치된 식수 펌프는 모두 20개. 한 식수 펌프 당 이용 인원은 1천~3천명이다. 펌프를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 있는 주민들이 이용한다. 적정 인원 500~600명을 2~5배나 넘는다.
물이 귀해 주민들은 펌프를 이용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시간 별로 조를 나눠 일정 양만 떠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 시간도 일정하게 정해뒀다. 다행히 펌프에서 나오는 물은 몇 달 비가 오지 않아도 마르지 않는다.
월드비전 모잠비크 식수 담당자는 "식수 펌프 하나를 설치하려면 한화로 1천만원 가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앙고니아 도무에(모잠비크)= 소유리기자 rainwor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