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저는 어디서 일해야 합네까?』

 낮에 나가 교화노동을 해야 할 자리가 궁금해 성복순은 김유순 방장을 보고 물었다.

 『아침 점호 마치고 우리랑 같이 나가면 돼. 고단할 테니까 오늘은 이만 자자우….』

 김유순 방장은 걸치고 있던 윗도리를 벗어 머리맡에 밀어놓고 잠자리에 누웠다. 성복순은 방장 왼편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그때 문옥남 언니가 같이 밖으로 좀 나가자고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피를 보고 자야겠다는 눈치였다. 김유순 방장은 멀리 있는 공동변소까지 가지 말고 부엌 뒤 잿간 옆에서 소피를 보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 옥남은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복순과 함께 부엌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순 동무, 마라초 한 모금 줄까?』

 문옥남이 부엌에서 엽초를 한 대 말아 불을 댕겨 나오면서 복순을 불렀다. 복순은 그녀와 같이 오두막 뒤 잿간 쪽으로 다가가면서 심하게 고개를 저었다. 옥남 언니가 뱉어대는 마라초 연기가 밤바람에 실려 밀려오며 가슴을 치는 것처럼 숨을 막히게 했던 것이다. 복순은 주먹으로 꽉 막힌 듯한 가슴을 치며 물끄러미 밤하늘을 바라보다 은은하게 내려 비치는 달빛이 좋아 꿀꺽 침을 삼켰다.

 그새 9월 달도 하순으로 접어들었구나….

 빨리빨리 세월이 흘러서 자신이 교화소에서 풀려나는 새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복순은 뒤에 서 있는 옥남 언니를 바라 봤다. 그녀는 밝은 달을 바라보니까 문득 고향생각이 난다면서 바삐 마라초를 빨아댔다. 그러다간 다가오는 사람이 없는가 망을 좀 봐 달라고 복순에게 부탁한 뒤 잿간 옆에서 하의를 까 내리고 철철 오줌줄기를 내 쏟았다. 달빛에 드러나는 허연 알궁둥이를 내놓고 소피를 보다 고향에 두고 온 늙은 어머니 얼굴이 어른거린다며 코를 훌쩍거렸다.

 『수족이 불편한데 끼니라도 제때 끓여 먹는지….』

 잿간 옆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 훌쩍거려대다 옥남 언니는 지나온 삶을 후회했다. 그녀는 중국에서 들어온 보따리장사꾼에게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 해 주고 중국제 겨울 토퍼를 한 벌 얻어 입었는데, 그걸 시기하던 사람들이 분주소에 밀고해 상습적으로 몸을 파는 여자라는 누명을 쓰고 이곳까지 추방된 것이다.

 『염병에 걸려 뒈질 년들! 제년들도 되놈 장사꾼들한테 몸을 주지 못해 안달이면서도 나만 부화질한다고 밀고해? 힘없고 빽 없어 여기까지 밀려오긴 했지만 내가 두고두고 네년들을 씹어먹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까지 자신을 내쫓은 이웃 사람들을 향해 미친 듯이 저주를 퍼부어 댔다. 그러다간 겨울 토퍼 한 벌 얻어 입으려고 조선족 보따리장사꾼한테 몸을 판 자신한테 원초적인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멋쩍은 듯 혼자 실쭉 웃어대기도 했다.

 『복순 동무, 내가 대신 망 봐 줄 테니까 얼른 소피 봐.』

 옥남은 속곳을 끌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