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순은 2중대 3소대장이 기거하는 13호 오두막집에 배치되었다. 2중대 3소대장 김유순 방장은 대열과 사람들로부터 성복순은 6개월 후면 교화소살이를 끝내고 사회로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녀가 인사를 건네자 살갑게 대해 주었다. 그러면서 얼굴도 곱상하고 젊은 사람이 무슨 짓을 하다가 잘못되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느냐고 동심(동정심)이 배인 어투로 물었다. 성복순은 바깥 세대주가 전연지대에서 지뢰 사고로 순직한 뒤 옆방에 사는 군인가족 언니를 도와주다 일이 꼬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았다.

 그날 밤 성복순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도 김유순 방장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죽은 세대주의 한을 풀기 위해서도 뱃속의 아기만큼은 꼭 낳고 싶다는 자기 마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의사가 권유하는 대로 아기를 지우지 않고 교화소 생활을 끝마칠 수 있겠느냐고 그 방법을 물었고 나중에는 도와 달라고 흐느끼기도 했다.

 잠잠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김유순 방장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난색을 보였다. 교화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임신과 출산이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우선 임신한 몸으로는 개인 앞으로 할당되는 1일 작업량을 마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반 성원들은 자기 작업반 여자 성원 중 누군가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했다. 임신한 후유증이 전체 성원들에게 전가되어 서로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복순의 경우는 사회에서 임신해 들어왔고 형기가 6개월이라 사무실에서 그녀의 일터를 어느 곳으로 정해 주느냐에 따라 뱃속의 아기 운명은 판가름난다고 말했다. 가령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곳에 배치시켜 주면 다른 성원들의 원성을 피할 수 있어 단 몇 달이라도 말썽 없이 견딜 수 있는 반면, 육체적 노동이 심한 채석장으로 배치하면 며칠도 견디지 못하고 임산부가 쓰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열과 사람들이나 부지배인이 수시로 신입자들을 불러 담화를 할 때는 어떤 경우에도 사근사근 웃으면서 잘 보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 육체적 노동이 덜한 곳으로 배치 받으면 뱃속의 아기도 살고 어른도 살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일찌감치 의사의 말을 듣는 것이 형기를 마치는 날까지 목숨을 이어 자기 두 발로 교화소 정문을 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 젊은 여죄수들은 관리소 보위원들한테 몸을 주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보위원들한테 잘 보이기만 하면 날마다 돌 실은 광차를 밀거나 힘든 노미질을 하지 않고도 형기를 마치고 나가는 길이 열리는데 가진 것은 몸밖에 없으니까 모두들 그것을 뇌물 삼아 살아 나갈 수 있는 길을 찾느라고 그 몸부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도 너무 낙심만 하지 말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곰곰 생각해 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