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모모 코리아와 배다리
도코모모 코리아와 배다리
  • 승인 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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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논단
1988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에서 발족한 도코모모는 모더니즘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건물과 환경의 기록조사 및 보존 활동을 펼치는 국제단체로 서유럽 및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53개의 국가와 지역이 참가하여 참가국의 자주성과 독자성 존중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한국지부인 도코모모 코리아는 우리나라에 산재한 근대 건축물의 조사, 연구 및 교육, 홍보 활동을 통해 국내 근대 건축 문화유산의 보존에 기여하기 위해 2003년 5월 2일에 출범하여 2004년 9월 26일 도코모모 인터내셔널의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도코모모 코리아가 인천지역에 알려진 것은 2007년 만국공원 복원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면서부터다. 반대 논리의 주요 내용은 공원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항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을 재현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단체는 근대 건축물 보존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지 않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도코모모 코리아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회원국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올해로 7회를 맞이한 도코모모 코리아 디자인 공모전이다. 이 공모전은 국내외에 매회 3천명에 달하는 건축 관련 학생,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고의 공모전이라 할 수 있다.

도코모모 코리아 디자인 공모전은 근대 건축물 보존의 필요성과 대안 제시를 통한 이슈화가 가능한 근대 건축물이나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공모전 첫 해인 2004년 신촌역사를 대상으로 정한 이래, 2005년 구 국군기무사, 2006년 서산부인과, 2007년 서울역사, 2008년 당인리발전소, 2009년 충남도청사를 거쳐 올해는 '또 하나의 인천 ; 삶의 가치와 맥락을 잇다.'라는 주제로 인천 배다리를 대상지로 잡았다. 이는 배다리가 갖고 있는 도시적, 역사적, 공간적 특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배다리에는 근대 도시 인천을 지탱해 온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의 형성이 서구 중심의 근대와 상이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행된 공모전 대상이 단일 건축물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공모전은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공간 해석과 설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약 500여 팀이 참가를 신청했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작품 접수는 5월 27일에 마감되며, 당선작은 6월 3일부터 1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된다.

그저 묻혀 지나갔을 배다리가 많은 어려움과 질곡을 딛고 여기까지 온 데는 지역주민과 뜻을 같이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배다리가 공모전 대상지로 선정된 뒤 전국에서 건축 전문가, 조경 전문가, 도시 전문가 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4월 3일에 실시된 공모전 공식 행사인 오픈 빌리지 행사와 워크샵에도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특히, 동산고등학교 강당에서 치러진 워크샵에는 800여명의 학생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대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어떤 참가자는 3일간 배다리에 위치한 여인숙에서 숙박하면서 지역을 관찰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목하는 도코모모 코리아 디자인 공모전 대상지로 선정된 배다리는 이미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해 있다. 젊은 건축학도들은 진지한 고민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곳을 재해석한 작품을 들고 우리를 찾아 와 많은 것을 시사할 것이다.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배다리가 개발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주민의 삶과 역사성에 바탕을 둔 도시 공간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손장원 재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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