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로 들어온 남자 죄수는 대뜸 울먹이기부터 했다. 접수원은 어디서 굴러먹다 끌려온 반동새끼인가 하는 시선으로 남자 죄수를 잠시 내려다보다 『너 갑자기 와 기러나?』 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남자 죄수는 절호의 기회라도 포착한 듯, 자신은 하지도 않은 일들이 모두 죄가 되어 교화소까지 오게 되었다고 억울해 하며 자신에게 죄를 덮어씌워 이곳까지 끌어넣은 사람들을 단죄해 달라고 호소했다.

늙은 보위원은 그렇잖아도 피로하고 짜증스러워 미칠 지경인데 되어먹지 않은 죄수새끼들까지 사람을 괴롭힌다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댓바람에 꿇어앉아 있는 그 남자 죄수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투박한 평안도 사투리로 『야, 이거 덩말 살다가 별거이 다 보갔네. 억울하게 교화소에 왔다는 건 또 뭐이가? 이 정신 나간 새끼야, 너 덩말 죽고 싶어서 기따우 소리 겁도 없이 시부렁대는 기야, 어엉?』 하며 뒤로 나자빠져 있는 남자 죄수를 연거푸 짓밟아댔다. 남자 죄수는 가슴이 결려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는 표정으로 몸을 떨어대다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늙은 보위원은 그 죄수가 담화를 마치고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물러나자 다음 차례인 성복순을 불렀다.

성복순은 그 보위원 앞에서 자신이 국기훈장을 받은 고 김영달 상사의 안해였고, 세대주가 전연지대 지뢰사고로 순직한 뒤 함께 기거하던 군인가족 언니를 도와주다 자신도 모르게 죄를 짓게 되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숨김없이 말했다. 보위원은 그녀가 자신이 지은 죄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별도 연락 있을 때까지 물러가 있으라고 했다.

남자 죄수 한 사람이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으며 억울함을 호소하다 접수원한테 초죽음이 될 만큼 두들겨 맞고 나오자 그 뒤에 줄 서 있던 성복순과 나머지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묻는 말만 대답하고 빨리빨리 나왔다. 신입자들은 그때서야 접수원이 결코 자신들의 동조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통에 당초 두어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접수원과의 담화는 빨리 끝났다.

보위원은 신입자들의 신상파악이 끝나자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대기하고 있던 젊은 사무원을 불렀다. 그 사무원은 바깥에서 남녀 고참 죄수 두 명을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늙은 보위원은 빨리 신입자들을 데리고 나가 목욕부터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라고 했다.

성복순은 그 사무원을 따라 일행들과 함께 목욕탕으로 갔다. 신입자들은 목욕탕 앞에서 남녀로 갈라져 시멘트로 물탱크를 만들어 놓은 목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죄수들을 데리고 목욕실 안으로 들어온 고참 여죄수는 옷을 벗어 벽에다 걸어놓고 물탱크 앞에 놓여 있는 고무대야로 물을 퍼내 빨리 몸을 씻으라고 했다. 늦게 가면 또 욕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신참 여죄수들은 목욕실 안을 둘러보며 한숨만 쉬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