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그의 이런저런 일화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타이완 출신으로 일본에서 기업가·저술가로 활약했던 구영한(丘永漢)은 이 회장이 '상당한 독서가'였다고 전하고 있다.
"도쿄에 오면 책방에 가 눈에 띄는 대로 책을 사 '가루이자와(輕井澤)' 별장에 들어가 독서삼매에 파묻혔다. 마침 그 책 가운데 내 저서가 있었고, 그런 연으로 일본경제에 흥미를 갖고 있던 이 회장과 자주 만나 식사를 했다."
구영한은 이와 함께 "사원을 모집할 때는 아무리 바빠도 자기가 항상 입회해 어떤 인물을 채용할 것인가를 결정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인재가 사운을 좌우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인재론(人財論)'이란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일설에는 당대 최고의 관상가도 그 자리에 동석했다고 하는데, 그 만큼 이 회장은 사람을 쓰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했던 인물들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주역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물며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인재 선택의 엄중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경상, 전라, 충청 몫을 따져 '삼남 배분(三南 配分)'이나 하고 있으니 '천민'을 중용했던 조선의 인사만도 못한 '망사(亡事)'다.
지난 대선 때였다. 새얼문화재단을 방문한 이명박 현 대통령이 지역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의 인재를 기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280만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 제3의 도시에 인재가 없을 리 없건만, 3년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한 명도 입각한 일이 없다. 부디 공언(空言)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