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야구감독으로 나오는 영화에 '그들만의 리그'(1992)란 게 있었다. 거기서 '그들'이란 2차 세계대전 때 실제로 있었던 미국 여성 프로야구팀의 선수들을 뜻한다. 산뜻한 감동을 준 스포츠 영화로 기억한다.
그러나 영화 내용과는 달리 제목은 부정적으로 들린다. '남의 말에는 콧방귀도 안 뀌고, 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제멋대로 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선지 모 지는 최근 몇몇 지자체를 '그들만의 왕국'이라 칭했다.
국가의 빚이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는 판에 안양시(2조2천349억 원), 경기도(4천979억 원), 경상북도(3천100억 원), 서울시(2천288억 원), 충청남도(2천327억 원), 서울 용산구(1천522억 원) 등이 호화 청사 신축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양시는 무려 100층 규모의 초호화판 청사를 짓겠다고 해 '지탄'을 받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청사 건립 적극 지지 발언'을 내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인천시의 당면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청사가 비좁아 일부 부서는 바깥살림을 차리고 있고, 민원인들은 제때 주차를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원간 청사를 신축하든지, 이전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그렇다고 타 지자체 모양 막나갈 시가 아닌 바에야, 구 인천대 본관 등을 리모델링해 청사로 알뜰히 사용하고, 그 일대 부지를 행정타운화 한다면 시민들에게 크고 따듯한 격려의 박수를 받으리라 믿는다.
사회비용의 절감, 구도심에 대한 재생의지 천명, 도시의 균형적 발전 등 간접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