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눈 ▧
"아빠, 요번 3학년부터 전원 무상급식이래요, 야 신난다!"
어느 날, 늦둥이인 중학생 딸로부터 이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괜히 설레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필자가 살고 있는 성남시는 2007년부터 초등학교 무료급식을 실시해 왔고, 올해는 중학교 3학년생, 내년에는 중학교 2학년생, 2012년에는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중학교 학생들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초등학교 6만4천500명에게 260억 원, 중학교 3학년생 1만3천800여 명에게 55억 원의 예산을 들일 예정이다. 그리고 2년 후에는 중학생 전원에게 159억 원을 포함하여, 초·중학생을 위해 매년 419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내에서 무상급식은 성남 외에 과천·포천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과천은 주로 경마장 수입으로 초등학교만 실시하고 있고, 포천은 초등학교 전체와 200명 이하인 중학교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다른 지역 기관장들도 무상급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요즘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무상급식 관련 기사를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고는 한다. 주 포커스가 정치적인 쟁점에 맞춰져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성남 구시가지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 갇혀 지내는 어린 아이들에게 밥 한 끼니의 무상 제공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지금은 무상급식 실시로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환영할 만큼 상황이 바뀌었지만, 수년 전만 해도 급식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
성남, 과천, 포천 외 지역의 학생 학부모님들은 고충이 많을 것이다. 지역적 형평성 운운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해 올 것이다. 아니면, 일부 지원 받고 있는 학생들과 비교해 가며 무상급식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항의하고, 그러면 정책은 혼선을 빚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전 지역 무상급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무상급식 대상자 선발 과도기의 어려움은 우선 행정력 낭비에 있다. 온갖 서류를 갖추어야 하고, 가난하지만 서류 상으로는 부자인 차상위 계층을 선별해 내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다.
현장의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까다로운 감사를 피해 학생들을 위한 서류 준비를 포기하고 만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자로 선발된 무상급식 대상자 학생들은 돈 내고 먹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물 한 그릇 어렵게 목구멍을 넘겨야 한다. 그러면 어린 학생은 평생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전 지역이 무상급식을 한다면 이런 어려움은 쉽게 해결되고 서로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기웃거리는 우리나라의 형편 상 재정적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다.
무상급식으로 쓰이는 돈이 다른 화급한 교육 사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적 성향도 경계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도서 벽지 농어촌 지역의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2014년부터 도내 전 초·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상급식의 시대가 오긴 와야 할 텐데, 필자는 솔직히 그 시점을 지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무상급식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단, 공짜문화에 길들여져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성인이 되어서도 그 습성이 배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조그만 우려를 품을 뿐이다.


/현종헌 경기 성보정보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