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속의 지구촌
일본인 스스로가 격동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는 '쇼와' 연대는 (1925~1988) 전쟁,종전, 부흥의 현대사가 점철된 시기이기도 하다. 만주사변과 중국침공에 이어서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의 패전과 전후 부흥기를 거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일본의 현대사는 우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쇼와 전반부는 우리가 그들의 지배하에 있었던 암울한 시기였다.
일본인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노년층들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격동의 쇼와 시대를 사진에 담은 작가들이 많지만 도몬켄(土門拳)은 대표적인 사진작가로 꼽힌다. 지난번 일본의 야마가타 지방을 여행하면서 시립미술관에 들렸다가 그의 탄생 한세기를 계기로 개최된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야마가타현의 사카다 출신인 도몬켄은 35년 동안 보도 사진을 주로 찍은 작가였지만 '인물' '고미술' '건축' '풍경' 등 다방면에 걸친 명작들을 다수 남겼다.
그의 예리한 눈과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60년대 초 미일 안보조약 반대 시위와 전후 궁핍했던 일본인들의 생활상은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일본의 옛 건축물과 예술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풍광을 통해서는 일본인들의 독특한 미적 감각과 자부심이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중에는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많지만 330여점에 달하는 많은 작품을 통해서 본 도몬켄의 세계는 일본의 감성과 특징을 그 누구보다도 잘 포착하고 있었다.
그는 고향 사카다시에 7만여점의 작품을 기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이 개관되었다. 기회가 되면 사카다의 사진미술관을 가보고 싶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