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은 자칫 장식적 효과에 그치기 쉽다. 표면의 화려함을 내면이 받쳐주지 못해 생명력을 잃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숙자씨(57)의 꽃그림은 사뭇 다르다. 장식성이 적절하면서도 청명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노씨는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자신의 7번째 개인전을 갖고 특유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다. 「노숙자의 꽃 그림전」이 그것이다. 전시작은 「개양귀비」 「자주 달개비」 「좁쌀풀」 「꽃창포」 「여름의 뜰」 등.

 그의 꽃그림이 청명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지니는 이유는 뭘까. 비결은 그림을 손끝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저만큼 떨어져 감탄을 자아내는게 아니라 생활 가까이 놓여 친숙하게 다가오는 게 바로 노씨의 꽃이다.

 실제로 그는 뜰에 꽃밭을 가꾸고 있다. 길 가다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기어코 그 씨앗을 구해 정성스레 밭에 뿌린다. 그리고 꽃자태가 가득해지면 맘껏 이를 감상한 뒤 화폭에 옮기곤 한다. 꽃의 발견과 재배, 관찰이 모두 그림 그리는 과정인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100여종의 야생화 그림이 선보인다.

 귀에 익은 연꽃과 창포, 라일락에서부터 이름마저 생소한 닭의 장풀, 앵초, 맥문동 등이 화폭에 가득 담겨 은은한 향기를 풍겨대는 것이다. 특히 그림속의 꽃이 대부분 실제 크기와 비슷해 과장없이 꽃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노씨는 196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산수를 직접 찾아다니며 이를 사생했다. 서정적 분위기로 일관한 배렴(1911~1968)을 스승으로 모신 그는 30대 중반까지 수묵작업으로 자연경관을 담담하게 옮겼다. 문의 ☎(02)353-0625, 730-0030.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