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대표적인 화가 마크 샤갈의 미술관은 작가가 서거한 후 10여년 후에 개관되었다. 남불(南佛)의 니스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 샤갈 성서(聖書) 미술관에는 성서의 주요 대목을 그린 수백 호짜리 대형 작품 20여점을 위시하여 샤갈의 작품들이 소장·전시되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 역시 마찬가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미술을 시작했지만 생애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지낸 피카소 미술관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파리에서 개관되었다. 그의 고향 바르셀로나에는 오래전부터 피카소 미술관이 있었지만 각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시당국에서 만든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화가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생전에는 자신의 미술관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후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족적을 그가 살다간 곳에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절대 권력을 잡고 있던 진시황이나 이집트의 왕들이 남겨놓은 지하 왕능과 피라미드를 보면 내세를 믿으면서 자신의 족적을 최대한 남기고 싶어 했던 그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물이 좋은 평가를 받고 오랫동안 보존되고 후세들이 즐기기를 원하는 것 역시 나무랄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적 소망과 본능을 생전에 매듭지으려 한다면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어느 인물 특히 예술가의 경우에는 사후의 평가가 객관적이고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인천에 탄생하는 첫 번째 시립미술관이 생존해 있는 작가로 결정되어 문화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작가 자신을 위해서도 인천시는 더 늦기 전에 재고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