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대대적인 광고를 실었다. 2페이지 전면에 걸친 컬러광고는 온천 관광지나 신상품 혹은 주택단지 소개가 아니라 출시 10주년을 맞은 일본판 '바다 이야기'인 파칭코 '해물어(海物語)'였다.

'광활한 바다의 세계-엔터테인먼트는 진화한다'란 제목의 광고로 "1999년 처음 등장한 이래 싫증나지 않는 즐거움으로 팬들로부터 계속 사랑을 받아온 파칭코 '해물어' 시리즈가 마침내 10주년을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굴지의 상요(三洋) 그룹은 이 시리즈가 회사의 이념과 기술력의 결정이라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보편적인 재미'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업계를 계속 이끌어 올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야쿠자'의 자금줄이라고 알던 이들에게는 이 같은 대 신문사의 광고나 그룹 '상요' 명의의 코멘트가 낯설겠지만 현대 일본의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코드의 하나가 '파칭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8세 이상의 남녀노소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와 게임을 즐기고, 게임에서 이겼을 경우 딴 구슬을 일본식 논리에 따라 환전(換錢)해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 공인 도박장보다 한결 더 건강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바다 이야기' 이후 국내 게임 산업은 몰락 직전이라는 보도다.

일본의 공적 관리 시스템을 배워 그 순기능을 살릴 수도 있었으련만 정부는 '성인 게임'을 죄악시하는 데만 열을 올렸었다.

그리고 이제 와 게임 산업의 부흥을 위해 '착한 오락실'을 허가한다고 한다. 정부발 탁상공론이 또하나 늘었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