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신도심권으로 떠오른 구월동 농수산물시장 부근의 교통체증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함께 대형백화점들이 들어선 후 교통량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현명한 도시계획 전문가와 그들의 견해를 존중하는 도시행정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항상 몰리는 대형시장과 백화점들을 한곳에 모아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꼽히는 파리,런던,밀라노,도쿄의 경우 식품 관련 대형도매시장은 외곽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철저하게 실현해 왔다. 과거 소도매시장이 자리 잡고 있던 파리의 '레알'지역은 문화예술단지로 변모시켜 오늘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런던의 음악과 오페라 공연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코벤트가든'지역도 과거에는 시장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파리의 레알이나 런던의 코벤트가든을 가보면 구도심 지역을 재생시키고 활성화한 도시계획 입안자들의 안목과 혜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천시가 구월동 농산물 도매시장을 남촌동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폭주하는 교통수요를 분산시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시장부지를 공원이나 주차장으로 만드는 대신 교통수요를 더욱 증폭시킬 주상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뜻 있는 시민단체와 시의회에서 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상복합단지 조성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교통공사와 도시개발공사 간의 알력을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들은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수익창출에만 급급하지 말고 송도·청라·영종신도시 개발이익금을 투입하여 정말 시민을 위한 도시계획을 펼쳤으면 좋겠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