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은 분명히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그러나 백남준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그를 세계적 작가로 태어나게 한 곳은 독일이다.
그 후 백남준은 미국으로 건너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펴고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로 우뚝 섰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백남준의 자료들이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으로 가게 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어느 중앙지에서는 한국인 백남준의 자료들이 모국으로 오지 못하고 미국에 남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백남준이 독일에서 창작 재료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나 미국 대통령이 그를 백악관에 초대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작가에게 베풀어 주었던가.
백남준이 현대 미술사의 한 축을 비디오 아트로 개척하고 '현대의 경쟁은 곧 소프트웨어의 경쟁이다'(1986)라면서 세계를 감동시킬 때 우리는 단지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만으로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백남준이 지난 반세기 동안 캔버스 위가 아니라 이제는 TV모니터를 통해서도 예술적 창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전세계에 메시지를 던질 때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그의 사상과 작품을 연구했던가.
오히려 백남준의 존재는 우리나라의 TV나 휴대폰의 품격과 수출에 큰 도움을 준 측면이 많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 가운데는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나라에서 만든 전자 제품들에 부가가치를 스스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피카소와 샤갈이 프랑스의 대표적 화가라고 스페인과 러시아가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 백남준의 유족들이 결정한 스미스소니언으로의 자료 기증은 아직도 세계화의 개념조차 희박한 우리에게 던지는 우정 있는 메시지로 이해했으면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