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TV방송 인터뷰를 듣다보면 "우리는 성격이 너무 틀려요"라는 부부의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자막에는 '다르다'고 별도로 표현해 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다.

엄밀히 말해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는 의미이다.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O, X 중 X인 셈이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다. 수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쯤 된다. 그러니까 앞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래서 자막으로 바른 표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언어세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너무 많이 혼동해 사용한다.

특히 생각이나 이념, 행동양태 등에 차이를 보일 경우, 우리는 잠시도 생각치 않고 틀리다고 치부한다.

나와 다른 것을 O, X처럼 틀리다고 몰아가는 일은 수적으로 우세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사회에서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각 나라마다 미풍양속이 다르듯이 개개인도 저마다 살아온 생활 환경이 달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생각과 행동 양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비근한 예로 전직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도 입장 차이가 크다.
보도 내용을 보면 26일 자정까지 봉하마을 조문객 수가 7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날 하루만 2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까지 합치면 조문객은 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의 추모 인파를 훌쩍 뛰어넘어 영결식까지 찾을 추모객 수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모 행렬에 참여 못하는 인사들이 있다는 보도가 적지 않다. 이유야 어떻든 기본적인 예를 갖추도록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마음을 열고 널리 포용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인간적인 애도를 표현하는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더욱이 속세와의 인연을 모질게 끊은 고인의 뜻도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화합을 강조했던 고인인 만큼 분열되고 다투는 지금의 이런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국민과 함께 하려 했던 고인의 뜻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제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도록 하자. 더이상 정쟁의 한 복판으로 끌어내서도 안된다.

전직 대통령 서거 소식에, 북한의 핵실험까지 그야말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앞으로 헤쳐나갈 길이 험난하다. 국제사회도 우리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몰아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아니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갈길이 멀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모두 우리 손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전국을, 아니 전세계를 붉게 물들인 2002년 대한민국인의 하나된 모습이 새삼 그리워진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우리 조상들의 깨우침대로 바람 앞에, 즉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결집과 단합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함께 어깨동무하며 하나가 되어 소리 높였던 '대한민국'을 다시한번 외쳐보자.
 
/정승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