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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마트 간디는 "개인 도덕에서는 남을 전적으로 믿는 것을 큰 인격이라 하고 양보하는 것을 아름다움이라 하는데, 국가 도덕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같다. 국가란 근본에서 도덕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정말로 국가는 근본적으로 도덕적이지 못한 것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이하면서 슬픔과 함께 간디의 도덕관이 떠오른 것은 이번 비극이 우리나라 최고 권력기관의 수장이었던 전 대통령에 대한 친인척비리 연루사건을 현 정부가 국가권력 기관을 동원하여 수사하던 중에 발생한 때문이다. 비록 노 전대통령의 서거로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중단되어 법률적 판단은 종료되었지만 죽은 전 정권이나 살아있는 현 정권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차후에 회자될 것이며 향후 우리나라 정치인과 대통령들의 도덕적 가치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철학자 존 로크는 도덕적 측면을 강조해 어떤 행위가 법에 따른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데는 신(神)의 법, 시민법, 풍습법 등 3가지가 있다고 했다. 신의 법을 위반하면 내세에서 신의 단죄를 받고 시민법을 위반하면 현세에서 법적 처벌을 받으며 풍습의 법을 위반하면 여론의 비난을 받는다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도덕은 풍습의 법에 해당되며 시민법과는 구별된다고 했다.

노 전대통령이 가장 참기 힘들어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국가권력이 시민법이라는 현세의 법으로 시도 때도 없이 사위, 며느리, 사돈까지 조사하며 무분별하게 비난 여론을 양산하며 그의 명예와 자존심, 도덕성을 짓밟은 것 일거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과 '너희 중 죄 없는 자는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 말씀은, 존 로크가 주장한 세 가지 법을 모두 합친 경우에 해당하는 복합적 의미일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양심까지 속이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을 지키고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사는 것이 대다수 국민 아닌가.

그런데 우리 사회 감춰진 부분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같다. 고위공무원과 정치인을 대상으로 파악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선진 문명국 대열 중에서 최하위(40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일정 규모의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선 뇌물청탁 없이는 성장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은 일반적 인식인데 이를 포함한다면 우리나라 고위층의 부패지수는 더 심각한 지경이다. 국가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 끝에 변호사가 되었으나 부귀를 버리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 애쓰다가 다시 고향 농촌마을에서 제3의 인생을 설계하던 노 전대통령이 주변 친인척의 비리에 연루된 것은 도덕적으로 큰 상처이다.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하듯 국가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또한 공평하게 제공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그런데 정적(政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과 여론을 도구 삼아 최후의 보루였던 도덕적 자존심에 냉혹하게 달려 들던 국가권력의 비도덕적 행위에 맞서다 끝내 '삶과 죽음이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하였다.

국가권력은 법으로 말한다고 해서 도덕성이 없어도 된다고 말할 수 없다. 변호사였던 간디의 신조는 도덕이 사물의 근본이며, 진리가 도덕의 핵심이라는 신념을 갖고 시인 구자자트의 "기쁘게 선으로서 악을 갚느니라"라는 교훈시를 변호사 업무의 지도원리로 삼았다. 법으로 악을 갚는 것이 국가권력의 대행이지만 악을 갚아주는 국가권력의 대행이 비도덕적일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많은 구조적 방지책들이 있다. 그런데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 전대통령을 수사하는 행태는 법적으로 정당할지 모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엔, 살아있는 국가권력의 비도덕적이고 비이성적인 권력 남용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할 것은 향후 한국의 정치인과 대통령들의 도덕적 가치기준이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과 국가권력도 이성적으로 발동하고 도덕성을 갖출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