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째를 맞은 프로농구가 본격적인 높이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프로농구는 원년부터 탄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영입, 높이 경쟁을 시작했지만 득점 만큼은 기술이 뛰어난 가드들의 독무대였다.

 원년의 칼레이 해리스(나래 블루버드·경기당 평균 32.29득점)를 비롯, 97-98시즌의 래리 데이비스(SBS 스타즈·30.65)와 지난해의 버나드 블런트(LG 세이커스·29.93) 등 득점왕은 모두 가드가 차지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포워드 와센버그가 게임당 평균 26.65점으로 20일 현재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고 골드뱅크 클리커스의 센터 에릭 이버츠가 26.06점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사상 처음으로 포워드나 센터가 득점왕을 차지할 전망이다.

 가드로서 랭킹 20위안에 든 선수는 18위에 올라 있는 삼성 썬더스의 슈팅가드 G·J·헌터(19.19)가 유일할 뿐 삼보 엑서스의 제런 콥(25.50)과 SBS의 데이먼드 포니(24.73) 등 센터와 포워드가 득점 랭킹을 휩쓸고 있다.

 농구전문가들은 센터와 포워드의 득점이 늘어나고 가드들의 득점이 줄어든 원인을 공격루트의 다양화에서 찾고 있다.

 과거 한국 농구는 팀 득점을 농구센스가 뛰어난 가드들의 외곽슛과 골밑돌파에 의존했지만 올시즌 미들슛과 외곽슛까지 뛰어난 센터와 포워드가 늘어나면서 가드가 득점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또한 반사신경과 민첩성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된 센터와 포워드가 골밑을 지배하면서 가드의 야투성공률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 박수교감독은 『탄력과 기술로 상대팀 포워드, 센터를 극복할 수 있는 뛰어난 가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득점 랭킹은 포워드와 센터가 독차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