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싹 틔우는 작은자 야간학교
자그마한 가건물에 늦깍이 학생 30명
해마다 검정고시 치를때면 사뭇 진지


 
지난 24일 작은자 야간학교 수업에 참가한 늦깍이학생들이 배움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성인을 위한 야학 '작은자 야간학교'는 공부할 기회를 놓친 이들의 까막눈을 치료한다.

이곳을 거치면 저마다 스스로 손으로 이름을 쓸 수 있다. 자신의 통장을 갖고 주민번호도 외운다.

작은자 야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못 배운 설움을 씻어내는 곳이다.

24일 저녁 7시,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작은자 야간학교(대표 김도진)에 늦깎이 학생들이 모였다.

서른 평 남짓한 가건물에 학생들이 빼곡히 앉자 학생들보다 나이 적은 선생님이 강의를 시작한다. 작은자 야학은 배움의 때를 놓친 성인을 위한 야간학교다. 야간학교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추고 있다. 교실에는 칠판과 책·걸상이 있고 선생님들이 쉬는 교무실도 있다.

여름과 겨울에 2주간의 방학이 있고 매년 봄 소풍과 수학여행을 다녀온다. 영화관람과 송년회는 물론 체육대회와 축제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학생들이 두려워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부터 하루에 3시간 동안 공부한다.

4개 교실에 초등 기초반, 초등 중급반, 중등반, 고등반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능력과 노력여하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2년 만에 초등과정에서 시작해 고등과정까지 마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작은자 야학의 학생은 모두 30명. 대부분이 30~40대지만 70세가 넘은 할머니도 계시다. 이곳의 최대 정원은 34명이다. 건물 면적이 워낙 좁아 교실 당 8~10명을 넘을 수 없기 때문. 공부할 공간이 좁다는 것이 작은자 야학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학생 30명 가운데 장애인이 13명이고 17명이 비장애인이다. 작은자 야간학교는 장애인을 위해 세운 야간학교지만 뒤늦게 못 배운 설움을 해소하려는 성인들이 찾아와 지금은 장애인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현재 많은 장애인들이 제도권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못다한 공부하며 …
보건복지부 2005년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성인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지니고 있다. 성인 장애인 2명중 한명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것이다.

학령기 장애아의 경우 특수학교에 입학 할 수 있고 근래에는 일반학교에서 장애아동의 입학을 거절할 수 없게 돼 아이들의 경우에는 장애를 가졌어도 공부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성인 장애인의 경우에는 마땅한 배움터가 없다.

작은자 야학 장종인(32)간사는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성인 장애인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학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곳 학생들은 나름의 입학과정을 거친다. 처음 온 학생은 보름정도 적응기간을 거쳐야 정식 학생이 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교사는 학생의 수준을 알아보고 학습의지와 적응력을 살펴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간혹 몇 일 나오다 포기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일반학교처럼 매년 3월과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따라서 새 학기에 맞춰 입학하는 게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학생들은 해마다 검정고시를 치른다. 교사들은 학생의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 매번 검정고시를 치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학여행도 가고 …
장종인(32)간사는 "시험을 치를 때마다 학생들이 사뭇 진지해진다"며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모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곳의 교사는 모두 32명으로 학생 30명보다 2명이 많다. 모두 순수 자원봉사자다보니 23세에서 43세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지내온 박동섭(35)조직국장은 "최근 대학생교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했다. 5년 전만 해도 교사의 70%가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취업난과 학생들의 개인 중심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2005년부터 줄기 시작했다고 한다. 3년째 줄기 시작한 대학생 교사는 이제 6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은자 야학은 교사모집방법을 바꿨다. 예전에는 학기 초마다 인근 대학에 찾아가 벽보를 붙였지만 이제는 그런 방법 대신 주로 기존 교사들의 인맥을 통해 선생님을 모으고 있다. 그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거나 자원봉사와 관련된 모임에 글을 올려 교사를 모은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교편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자 야학의 교사가 되려면 4주간의 교사연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사지원자는 ▲작은자 야간학교에 대한 이해 ▲장애인 인권 교육 ▲참관수업 ▲강의방법 ▲연구수업 등 한달 간의 연수과정을 거쳐야만 강의를 시작할 수 있다.

어느새 졸업이구나!
교사 32명 가운데 최성미(34·지체장애 1급)선생님 등 6명이 이곳 작은자 야학 출신이다. 야학에서 공부해 대학까지 졸업한 후 이곳에서 다시 봉사하고 있다. 또 김태훈(37)선생님의 경우는 1995년부터 12년 동안 꾸준히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성장해 다시 돌아온 학생출신 교사와 오랜 시간 함께하는 교사들이 있기에 작은자 야학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었다.

/글·사진=이종만·김연식기자 blog.itimes.co.kr/mal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