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리포트 - 글·사진= 황규광 동양탄소고문 
 
2007년 7월 28일 (토, 제7일)

오늘은 키시네프를 떠나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오데사로 되돌아가서 시내를 몇 곳 둘러보고, 야간열차편으로 남쪽의 심페로폴(Simferopol)로 가려고 한다. 아침기온은 24℃이며 좋은 날씨다.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 오전 10시 35분, 국경의 몰도바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2일 전 오데사에서 키시네프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차내에 앉은 채로 출입국수속을 마치고, 2시간 5분 만에 국경을 쉽게 통과하고 우크라이나로 다시 입국했다.
키시네프 근교의 트레브지니 마을. 절벽같이 둘러싸인 암벽밑에 강이 흐르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전에 숙박했던 오데사의 런던스카야 호텔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데사에는 해수욕장이 여러 곳에 있으나 남쪽 8km에 있는 아르카디아 해수욕장으로 갔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으며 물가에서 신명이 나서 떠드는 아이들, 요란하고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은 젊은 우크라이나 미인들이 눈길을 끈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고 노점에 들렸더니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쇼 케이스'의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주인이 얼른 다가와서 열쇠로 열어준다. 우리들이 몇 개 고른 후 주인은 다시 자물쇠로 잠가버렸다. 우크라이나는 좀도둑이 심한 모양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는 곳마다 푸슈킨의 자취를 볼 수 있었다. 푸슈킨 동상, 푸슈킨 박물관, '푸슈킨 거리' 등이 있었다. 오후 5시가 지나서야 오데사의 '푸슈킨 문학 기념관'으로 갔으나 문이 잠겨 있다. 이곳은 1823년에 푸슈킨이 여러 번 머문 호텔의 일부이며 푸슈킨이 직접 쓴 원고, 그와 그의 아내가 사용하던 비품 등이 수집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의 전제정치를 비판했기 때문에 '상트 베테르부르크'에서 추방되어 오데사로 왔다. 약1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예프게니 오네긴》의 2장과 몇 편의 '시'를 이곳에서 썼다. 기념관 입구에는 푸슈킨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벨리스코 공원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 이곳은 전망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와있었다
오후 5시 55분, 오데사 역을 출발했다. 이 열차도 침대차로 한 칸에 2층 침대가 두 곳에 있다. 4일 전 키예프에서 오데사로 오는 야간열차보다 차내의 냉방은 조금 나은 편이다.

이곳도 철로변의 공장은 모두 문을 닫고, 창문이 떨어진 빈집들만 보인다. 지난 24일 저녁과 25일 아침에 키예프에서 오데사로 오는 철도변의 공장들도 이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모든 철재구조물은 모두 붉게 녹슬어있었으며 더욱 놀란 것은 이곳도 고압선의 철탑마저 모두 녹 쓸어 있다.

차창너머 풍경은 지평선 끝까지 옥수수, 감자, 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지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집집마다 마당 한구석에 해바라기를 심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일본은 조선에서 해바라기를 심도록 권장했으며 해바라기 씨를 공출(供出)하도록 강요했다. 군용물자로 해바라기 기름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해바라기는 낮은 키(100cm정도)의 해바라기이다.

전에 동유럽여행 때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5개국 국경을 넘어 계속되는 해바라기 밭을 보면서 20일간이나 달렸다. 용도는 기름을 짜고 찌꺼기는 사료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오후 8시 30분, 태양은 해바라기 밭 저쪽으로 넘어갔다. 차내에서는 몰도바의 Millesti Mici 지하 와인 저장동굴에서 받은 와인으로 파티가 벌어졌다.

 

몰도바 공화국

몰도바의 시골길을 노부부가 마차를 타고 유유히
걷고있다.
몰도바(Republic of Moldova)는 14세기까지는 '마잘인'의 지배를 받았으나 1349년에 보그단 공(公)이 보그다니아 공국(公國)을 건국하고, 그 후 몰다비아 공국이 설립되었다. 몰다비아 공국은 슈테판 대공(大公, 1457~1504) 시대에 최성기를 맞아 오스만 투르크를 여러 번 격퇴시켰다. 그러나 16세기부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고 1812년에는 러시아에 병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영토의 일부가 루마니아에 편입되었고, 1924년 나머지 일부가 소련의 몰도바자치공화국으로 되었다가 1944년, 몰도바공화국이 수립되었다. 1941년∼1944년, 루마니아가 다시 점령하였으나 1944년, 소련이 재탈환하였다.

구 소련연방의 페레스트로이카의 흐름 속에서 1980년 후반에서 민족주의운동이 일어나 1989년 8월 31일, 몰다비아·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은 몰도바어가 국어임을 선언하였다. 1990년 5월 23일에 국명을 '몰도바공화국'으로 변경, 주권선언을 하고 1991년8월 27일에 독립을 선언을 했다.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끼여 있으며 육지에 둘러싸여 있다. 1990년 독립한 이후, 루마니아와 재통일하고자 하는 '몰도바의 바라는 마음'과 슬라브족에 대한 차별은 1992년에 6개월간에 걸친 쓰라린 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금도 분쟁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오데사의 아르카디아 해수욕장.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으며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은 젊은 미인들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