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프로젝트 인권찾기 미술행동
12월 18일은 1990년 유엔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을 의결한 날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이 협약은 각종 국제조약에 규정된 권리주체로서의 시민 혹은 거주민의 용어에 가려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는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을 넘어 사회적 실제로 인정한 것이다. 또 이 협약은 출국의 자유, 생명권, 고문 또는 비인도적 형벌의 금지, 강제노동의 금지, 사상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국외추방의 제한, 자녀의 권리, 노동조합에 대한 권리 등이 이주노동자의 체류 자격과 상관 없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부설 다문화교육센터에서는 지난 10월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권찾기 미술행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까지 일방적인 문화 수용자 입장이었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참여자들과 상호 교감하며 공공미술작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
이에 따라 오는 12월 30일 (가칭)인권카페 개소를 앞두고 현재 공공미술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부설 다문화교육센터를 찾아가 봤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있는 인천 서구 가좌1동 564-11 영창테크노타운 22호는 지금 변신 중이다.
차민다(스리랑카), 수먼(방글라데시), 일샤드(파키스탄), 나라(몽골)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헤루, 딴띠, 안와리, 아구스, 아궁 등 9명이 한국인 예술가들과 함께 미술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회색빛 공단 안에서 시각적인 주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사무실 외벽에는 현재 인권을 상징하는 벽화가 그려지고 있다.

또 사무실 안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가칭)인권카페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삶이 담긴 전시 공간이자 휴식 공간이다.

오는 30일 개소 예정인 인권카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진전 등 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공간임과 동시에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에게 항상 개방됨으로써 인권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이어 내년부터는 '아시아 각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기획전' 등 이주와 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개소 당일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상영되며 사진과 그림, 설치작품들이 전시된다.

작품의 주제는 크게 3가지다.

'왜 이주를 선택했나',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등이다.

2007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8명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 참여자들 중에는 화가도 있고, 단편영화 감독도 있다.

이들은 정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 때문에 계획된 일정이 연기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0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모여 공간 구축 및 상호교감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

이에 따라 워크숍에서는 친밀감 형성을 위해 연극놀이 등 여러 가지 공동체 놀이가 진행됐다.

또 일을 준비하는 준비팀과 이주노동자들간의 자기소개 및 이주노동자 현황과 관련된 인권교육도 실시됐다.
아울러 매번 열리는 아이디어 회의 때는 언어소통 때문에 일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의 참여의지와 관심이 높아 대화를 할 때 너무 빠르게 말하지 않고 어려운 단어를 피하기만 하면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이런 과정을 영상에 담아 지난 12월6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인천인권영화제에 '로띠와 신라면'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출품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듯 공공미술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삶의 권리를 표현하고 지역민들과 주체적으로 문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또 미술활동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지속적 활동과 소통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되고 참여가 이뤄지는 커뮤니티 아트 구성을 목표로 하고있다.
정윤희 다문화센터 교육팀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히 공공미술을 통한 공간 구성에 이주노동자가 참여하는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참여자들이 미술 등 여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서로를 이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소통의 결과물을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구체화 시키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종만기자 blog.itimes.co.kr/mal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