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대학원서 박사과정 … "선수발굴·영입 때 큰 자산"
유승준  연수고 볼링부 코치

지식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평생교육은 새로울 것 없는 진부한 화두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교육을 요구하는 시대의 거센 물결로부터 스포츠도 예외일 순 없다. 이 물결을 온 몸으로 체현하는 학교체육 지도자가 있다.
유승준(41) 연수고 볼링부 코치는 현재 인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1998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천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 원서를 낸 것이 계기가 됐다.
"'공부를 더 해 볼까?'란 생각을 하는 순간, 입학원서를 대학원에 접수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와 같은 체육계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내가 공부를 더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질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마음 먹었을 때 저지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초 유 코치는 '훌륭한 선배들도 많은데 제가 이렇게 나서서 잘난 척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러나 유 코치는 '본인의 사례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기자의 권유에 그만 선배들에 대한 실례를 자청했다. 유 코치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저 자신이 먼저 달라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예전엔 '선수가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선수가 왜 이럴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 코치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선수들을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아울러 "공부하는 지도자는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며 "이렇게 해서 얻은 좋은 이미지는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영입할 때 큰 자산으로 작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 왜 일선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체육지도자들은 조금 더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일선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선·후배들 모두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눈 앞에 닥친 각종 대회를 준비해야 하고 본인의 공부 때문에 선수들에게 집중하지 못할까 봐 염려하고 있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 유 코치는 선·후배 학교체육 지도자들이 대학원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 것을 주문한다.
전국체전이 열리는 2학기엔 휴학을 한 뒤 선수 지도에 집중하고 이듬해 봄 학기 다시 대학원에 등록했던 본인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유 코치는 "대학원에 있는 교수님들도 우리처럼 운동을 했던 분들입니다. 우리 사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적잖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죠. 공부를 더 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쪼개서 쓰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많은 학교체육 지도자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광준기자 blog.itimes.co.kr/june